세계은행 “이·팔 전쟁, 최악의 시나리오선 유가 150달러 돌파”

입력 2023-10-3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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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확대 시 제1차 오일쇼크급 충격 올 것”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에서 원유 펌프잭이 보인다. 미들랜드(미국)/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에서 원유 펌프잭이 보인다. 미들랜드(미국)/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이날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면 세계 상품 시장이 미지의 영역에 진입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인한 원자재 시장의 영향이 당장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분쟁 이후 유가는 약 6% 상승하는 데 그쳤다. 농산물, 금속 등 다른 원자재 가격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WB는 “충돌이 확대되지 않으면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유가는 현재 배럴당 평균 90달러 수준에서 내년 81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도 내년 4.1%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분쟁이 다른 지역까지 확대될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세 가지 위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소규모 혼란’에서는 세계 석유 공급량이 일일 50~2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유가는 현재 수준보다 3~13% 오른 배럴당 93~102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충돌이 격화해 중동에서 ‘중규모 혼란’이 일어날 땐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처럼 원유 공급량이 하루 300~5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유가는 21~35% 뛰면서 배럴당 109~121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최악의 상황인 ‘대규모 혼란’으로 비화할 경우 석유 공급량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석유 파동) 때와 같은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량은 하루 600~800배럴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현재보다 56~75% 폭등해 배럴당 140~157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동의 분쟁은 1970년대 이후 원자재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발생했다”며 “충돌이 확산할 경우 세계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중의 에너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유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식량 가격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며 “세계에는 이미 7억 명 이상이 영양부족에 빠져 있다. 충돌 격화는 글로벌 식량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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