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눈길조차 주지 않던 野, 말없이 침묵
尹, 野 의원 어깨 두드리며 악수 청해
여야 반응 극명...與 “친서민 예산” vs 野 “자기합리화”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던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석 쪽으로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자리에 앉아 윤 대통령에게 눈길을 주지 않던 민주당 의원들은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윤 대통령의 손짓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했다. 일부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악수를 외면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중앙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하면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생과 국가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고 했다.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관례를 깨고 한껏 몸을 낮춘 것이다. 지난해 10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했던 것과 대비됐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30여 차례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한 차례도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만이 ‘D-160 반드시 무너뜨린다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 ‘줄인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약 27분간의 연설 끝에 윤 대통령이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양향자·류호정 의원 등을 시작으로 범야권 의원들을 향해 먼저 다가갔다. 민주당 의석 구석구석을 돌면서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에게 손을 뻗어 먼저 악수를 청했다.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입장 때보다는 한결 부드러운 표정으로 일어나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손뼉을 치는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밝은 미소를 띠며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회의장 구석구석을 돈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민주당 의석 맨 뒷자리에 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도 악수한 뒤 자리를 떠났다. 약 5분 30초 동안 여야 의원들에 건넨 인사였다.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 반응은 극명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예산의 낭비를 줄이면서도 그 재원을 활용해서 약자 복지를 더 촘촘하고 더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 분야별로 잘 드러났다”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나라 살림 정상화를 위한 ‘건전 예산’이자, 약자에 대한 보호는 더욱 두텁게 하는 ‘친서민 예산’”이라고 칭송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국민의 삶과 위기극복의 희망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연설은 경제 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며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구차한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통령을 지켜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