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더 좋은 공장을 꿈꾼 방글라데시

입력 2023-11-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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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물질에 대해 우리 사회의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순환경제를 통해 지금까지의 생산, 소비 패턴을 바꿔야 함을 지적해 왔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 대량 의류 생산과 판매되지 않은 상품의 대규모 폐기, 사용 후 재활용되지 않는 의류의 비율은 해마다 문제로 지적받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 순환섬유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약 30%의 완제품 의류가 판매되지 못한 채 폐기된다고 한다. 의류가 전체 소비량을 고려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대규모 폐기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후발개도국의 중점 산업이 섬유 및 의류 생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문제는 대규모의 옷들이 버려지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생산품이 좋은 노동환경에서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개도국 내 공장에서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임무이기도 하지만, 실은 왜곡된 시장경쟁력을 바로잡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은 대상국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무역과 노동의 연계전략을 펼쳐왔다. 유럽연합이 노동·인권 부문 후발개도국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 체약국이 되어 8개 핵심협약 나아가 더 많은 노동협약 및 사회협약에 비준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펼쳐온 데 반해, 미국은 좀 더 직접적으로 대상국의 노동인권에 개입하길 원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은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개선시키는 조건으로 대상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류의 쿼터를 매년 증가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섬유·의류 무역협정」을 만들었다. 해당 협정의 첫 대상국은 캄보디아였다. 미국과 캄보디아는 이 협정에 만족했으나, 문제는 개도국 내 노동인권이 개선되었는지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였다. 이에 미국은 노동인권 신장에 대한 측정과 판단을 ILO에 맡겼다. 미국-개도국-ILO를 연계시키는 복합적 무역-노동·인권 연계전략은 첫 사례 이후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으며, ‘더 좋은 공장(Better Works)’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더 좋은 공장’은 기업평가, 자문서비스, 트레이닝서비스 등의 과정으로 구조화되었으며, 2011년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요르단, 리소토, 아이티, 니카라과 등에서 시행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일부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실제 개도국 노동환경이 개선되어 왔는지에 관한 회의적 시각도 많다.

대표적 사례로 방글라데시의 ‘더 좋은 공장’을 들 수 있다. 2013년 방글라데시 섬유 및 의류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연이어 사고가 일어났다. 당년 4월 가지푸르(Gazipur) 섬유공장 붕괴로 노동자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은 대규모 노동시위를 촉발시켰다. 당시 공장 건물 벽의 균열이 발견되어 경찰이 대피명령을 내렸으나, 공장책임자가 노동자들에 공장복귀를 명령한 것으로 드러나 큰 문제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2014년~2017년 3년 여간 방글라데시에서 ILO와 국제금융공사(IFC) 간의 파트너십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등의 파트너 참여를 통해 ‘더 좋은 공장 방글라데시(BWB)’ 프로그램이 시행되었으며, 2018년~2022년 2단계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였다. BWB는 주로 공장의 노동환경 수준 개선과 노동 행정, 노사관계 개선 등의 국가 구조적 수준 변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사정은 나아졌을까. 방글라데시는 세계 의류생산 2위, 섬유생산 7위로 해당 분야 수출의 주요국이 되었으나, 노동환경의 개선은 요원하다. 방글라데시 3,500개 의류공장 종사자 400만 명 대다수는 월 임금 8,300타카(75달러)를 받고 있다. Gap, H&M, Zara 등 세계적 의류기업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가운데에도 저임금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에너지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방글라데시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가운데, 11월 현재 노동단체는 임금인상을 위한 노동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노동환경의 개선은 민생안정의 문제뿐 아니라 산업경쟁력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기존 의류산업이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저부가가치 봉제업에 천착하지 않고 더 좋은 공장이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 관심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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