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빵 TF, 설탕 TF가 물가관리 모범답안인가

입력 2023-11-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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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어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라면,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설탕, 우유 가격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7개 품목 담당자를 지정해 시장 동향을 밀착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2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품목 물가안정책임관은 소관 부처 차관이 맡도록 했다. 농식품부의 TF 구성은 그 후속 조치다.

물가 오름세는 실제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당국이 중시하는 10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1년 전보다 3.6% 올랐다.

특히 먹거리 물가가 비상이다.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겼다. 우유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분유, 아이스크림도 10% 초·중반대로 대폭 올랐다.

문제는 과거의 퇴행적인 물가억제책이 ‘조자룡 헌 칼’처럼 다시 쓰이는 감이 짙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공감대 없이 관련 업계 팔만 비틀어서는 역효과만 난다는 것도 모르는지 묻게 된다. 이명박·문재인 정부 때의 실패도 잊었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초부터 쌀, 학원비, 공공요금 등 52개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10일 주기로 가격 동향을 집중 관리했다. ‘MB물가지수’ 관리였다. 하지만 3년여 지난 후 52개 품목의 가격은 평균 20.4% 증가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과 통화정책 역주행이 차질을 불렀다.

당시 기준금리는 2008년 8월 5.25%에서 2009년 2월 2%로 하락했다. 물가가 잡히지 않자 2012년 1월 이명박 정부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실행했다. 이번과 흡사하다. 당시 효과를 봤다는 얘기는 없었다. 이번이라고 다를 까닭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한술 더 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면서 온갖 처방전을 시리즈로 내놓았지만, 부동산 가격은 거꾸로 하늘 높이 비상했다. 서민들은 절망의 나락에 빠지거나 ‘빚투’, ‘영끌’족으로 변신해야 했다. 퍼주기식 확장 재정과 초저금리가 부른 국가적 재앙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상황이 과거와 뭐가 다른지 자성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3.50%로 6회 연속 동결하지 않았나. 기준금리의 절대 수준은 과거와 다르지만 정책 엇박자 등의 기본구조는 크게 다를 바 없다.

물가 오름세는 큰일이지만 그렇다고 관련 업계, 업체를 압박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물가관리 모범답안일 수 없다. 물가 안정을 바란다면 통화·재정 정책이 정석대로 운용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유동성 거품을 부풀린 뒤 반시장적인 헛발질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옛 실패 사례를 흉내 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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