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애도의 완성은 망각이 아닌 기억

입력 2023-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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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웰다잉 수업을 마치고 어르신 한분과 상담을 진행했다. 몇 달 전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시간이 꽤 흘렀어도 여전히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겹다는 어려움을 호소하셨다. 신앙생활, 긍정적인 생각,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사별의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밤마다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 원망, 죄책감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셨다. 언제쯤 이 그리움이 사라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사별의 슬픔에 익숙해지는데는 3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래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3년상을 지냈던 전통은 사별자의 슬픔을 위로하는데 현명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수학 공식처럼 똑같은 슬픔의 시간을 겪는 것은 아니다. 슬픔의 기간은 떠나간 이와의 관계, 애착 정도, 죽음의 모습에 따라 개인차를 보인다. 어떤 이는 3개월 만에 익숙해지는 반면, 또 어떤 이는 평생을 그리워한다. 사별의 슬픔은 강도가 다를 뿐 평생을 간다. 그리워하는 이가 죽어야 끝이 나기도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좋은 곳에 가 계시는데 무슨 걱정이야”, “지켜보고 계시니까 씩씩하게 살면 돼” 흔히 사별한 이들을 위로하는 말이다. 그러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 사별의 슬픔이 길다면, 회복의 기간도 길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별자는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없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장례식 3일 동안은 조문객 접대와 장례절차로 슬퍼할 겨를이 없다. 상복을 벗고 집으로 돌아와서야 눈물이 쏟아진다. 그리고 다시 일터로, 학교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처음 나를 위로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관심해지고 불편해한다. 결국 혼자서 삭이는 슬픔은 썩지 않고 부패한다. 유가족을 아프게 한다.

애도의 완성은 고인을 잊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하기 위해선 말해야 한다. 말하기 위해서는 들어주고 위로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참사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잊기보다 기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유가족과 생존자를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다.

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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