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2028 대입개편안, 현실적이지만 다양한 논의 필요”

입력 2023-11-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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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 논의 착수

“2028 대입 개편 시안, 공정성ㆍ안정성 측면에서 현실적인 안”
절대평가 전환 “과도하게 이상적”...“결국 가야 할 방향”
심화수학 “대학이 또다른 평가 도구 개발 않게 하려면 필요”...“고교학점제 점수 활용해야”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정유정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정유정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교육 전문가들은 개편 시안이 안정성과 공정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안이라는 데에 공감하면서도 심화수학 도입 여부나 향후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의 골자는 현 중2가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통합형 과목 체계로 상대평가하며, 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내신 5등급제에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한다는 것이다.

6일 김성열 경남대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는 개편 시안에 대해 “현실과 이상을 고려한 적절한 안”이라며 “내신에서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것은 학교의 내신 부풀리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떄문에 안정성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공정성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또한 “수능이 선택형으로 되다 보니 소위 정시파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듣지 않고 별도로 사교육을 통해 수능을 알아서 준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외부의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불공정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통합형 수능은 공정성도 높이고 학교교육의 중심도 바로 세우는 안”이라고 평가했다.

절대평가 전환, “현실 간과한 것”...“개인별 맞춤형 평가까지 가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제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제공)
그러나 진보 교육단체 등을 중심으로 상대평가를 병기하면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이 더 과열될 수 있다며 수능까지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데 상대평가제를 유지한다면 점수를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학생들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수능과 내신 자료가 대학 진학 때 필요한 선발 자료가 된다는 것을 간과한 이상적인 주장”이라며 “성취도만 확인한다면 절대평가도 가능하겠지만, 선발을 위한 것이라면 경쟁이 있기 마련이고 상대평가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장기적인 시각으로는 수능이 절대평가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마다 성취 수준이 다른데, 얼마나 늘어났는지에 대한 기준도 다 달라야 할 것”이라며 “완전 절대평가를 한다는 것은 개인별 맞춤형 평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 그것이 최종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현실적으로 절대평가를 도입했을 때의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아무도 못 냈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 무력화 우려에 대해 정 교수는 “고교학점제가 무력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고교학점제가 정착되려면 개인별 맞춤형 평가로 보다 유연한 평가 형태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후 평가 기간이 지나고도 다시 응시해서 점수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평가제도로 가는 게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강현석 경북대 교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본인이 진로 설정 등에 있어서 얼마나 교육적 의미를 부여해 공부하느냐인데, 이건 수능으로 측정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 과목에서 빠지는 과목을 학생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겠느냐”며 “생활기록부에라도 반영이 돼야 수능 과목이 아니라도 열심히 들을텐데 그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교위, ‘심화수학’ 의견 수렴 예정

교육부가 국교위의 심의를 거쳐 도입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로 한 ‘심화수학’에 대해서도 전문가 별로 다소 다른 의견이 나왔다. 교육부는 수학 심화학습을 위해 미적분Ⅱ와 기하를 합쳐 절대평가 방식의 선택과목으로 심화수학을 포함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김 교수는 “심화수학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최상위권)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반대할 수 있겠지만 대학이 또다른 선발 도구를 개발하지 않게 하려면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면서도 “공론화 과정에서 자세한 상황들을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개인적으로 심화 수학이 공통형 수능 체제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능에서 심화 수학을 보는 것보다는 고교학점제에서 심화된 수학을 가르치는데 이 점수를 대학이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 또한 “심화 과학은 그럼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소위 수도권 명문 대학들은 그걸 갖고 학생들을 변별을 하려고 할 것이다. 순기능도 있지만 오히려 역기능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국교위는 지난 3일 제19차 회의를 열고 ‘2028 대입 개편 시안’ 심의와 국민의견 수렴 및 조정 절차 운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향후 국교위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중장기적 대입 개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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