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11월 한낮 기온 29도가 주는 경고

입력 2023-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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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지난 주말 단풍놀이가 절정일 것이라고 해서 경주 불국사를 찾았다. 그런데 아직 단풍이 절반 정도만 물들어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2일 경주 날씨는 최고 29도였다. 11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라고 한다. 단풍 입장에서 지금이 조금 쌀쌀한 여름인지 가을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심각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외 출장길을 동행한 적이 있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추경호 부총리의 총선 출마 얘기를 하다가 필자가 추경호 부총리의 지역구 특산물인 '사과'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추 부총리는 대뜸 요즘엔 사과를 많이 재배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기후변화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는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품질과 생육이 좋은 호냉성 작물이다. 사과는 최근 30년 동안 경상남도와 전라도, 제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었다. 사과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재배 면적이 늘었고 2020년 기준 42만2000톤을 생산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과 재배 지역이 계속 줄어들다가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에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90년대에는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

필자의 처가에서는 아침마다 사과를 먹는 좋은 습관이 있다. 암튼 필자도 가끔 처가에 가면 아침에 사과를 즐겨 먹는데 최근 먹은 사과는 아삭하게 배어 먹으면 느껴지는 달달함이 적었다. 장모님이 손수 문경까지 가서 사 왔다는 데도 그랬다. 장모님은 사과 맛이 예전 같지 않다며 걱정을 했다. 앞으로는 강원도까지 가서 사와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그렇게 좋지 못한 모습으로 말이다. 원래 가을이 되면 없어져야 할 벌레들이 우리 주변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러브버그와 송충이 닮은 해충(미국흰불나방 유충)이 출몰하고 있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특산물인 사과가 이제는 많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렇게 심각성을 느끼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기재부 공무원, 정치인도 마찬가지일 테다.

내년 예산을 봐도 그렇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ㆍ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탄소중립위원회의 재정계획 제출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내년 기후위기 대응예산은 14조5181억 원으로 탄소중립 국가기본계획에서 목표로 계획된 17조2414억 원에 2조 7233억 원(15.8%)이나 미달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재정계획을 제출하게 돼 있다. 기본계획상으로는 2023년에는 13조 3455억 원, 2024~2027년에는 76조 5738억 원으로 총 89조 9193억 원이 잡혀 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출한 사업별 재정투입계획을 보면 2024년 17조 2414억 원, 25년 18조 6218억 원, 26년 20조 559억 원, 27년 20조 6548억 원으로 남은 4년간 연평균 19조 1435억 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는 총 14조 5181억 원이 반영되는 데 그쳤다. 장혜영 의원은 “지금 기후위기 대응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추후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두고 말이 많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논쟁이다. 대신 기후변화를 논쟁해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참고로 '더 늦기 전에'는 1992년 환경 보존 캠페인으로 기획된 '내일은 늦으리' 콘서트에서 발표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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