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김포해방일지는 해피엔딩일까

입력 2023-11-08 05:00 수정 2023-11-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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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디지털뉴스부장

여당發 메가시티 바람 졸속의심
경제효과 담은 보고서 하나없어
명분·실리 없어 여론마저 미지근

우중충한 전원생활, 낭만은 없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삼남매는 강남역에 모여 함께 택시를 탄다. 대중교통마저 끊긴 늦은 밤, 할증료가 붙은 택시비라도 아껴보려는 심산에서다. 운좋게 일찍 퇴근한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밝을 때 퇴근해도 집에 들어오면 밤이다. 이들에게 저녁은 없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에서 그려지는 경기도민의 삶이다. 이 드라마에는 매일 4시간씩 출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에 지루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삼남매가 등장한다. 긴 출퇴근 시간 탓에 사내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도, 연애를 하는 것도 힘든 이들.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하고 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 갖고….” 연인과 헤어진 탓도 경기도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둘째 창희는 말한다. ‘계란 노른자’인 서울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창희는 묻는다. “서울에 살았으면 우리는 달랐을까.”

삼남매가 서울에 살았다면 정말 그들의 삶은 달라졌을까. 그 답을 이제는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을 내년 총선 전략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김포 외에 구리, 고양, 부천, 광명, 하남 등 다른 시에서도 “우리도 편입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여당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서울이 무한 확장하다 보면 드라마 속 가상도시인 산포까지 ‘노른자’가 될 판이다.

이쯤 되면 짚어봐야 한다. 김포의 서울 편입이 진짜 필요한 것일까. 여당은 ‘메가시티화’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10개 이상의 메가시티 육성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도쿄 중심의 ‘간토’, 오사카·교토·고베 등의 ‘긴키’ 등 메가시티 육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무작정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메가시티 육성이 우리나라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추진돼야 하는지 먼저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이후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김포의 서울 편입을 통한 메가시티 서울에는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 총선용으로 기획된 ‘깜짝 카드’인 탓이다. 실제로 김포시는 1년 전부터 서울시 편입을 준비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경제효과나 편익 분석을 담은 공식 보고서도 하나 없는 실정이다. 이에 김포시는 서울시와 함께 서울 편입 효과와 영향 등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하겠다고 부랴부랴 나섰지만 그마저도 연말은 돼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별도의 연구를 통하지 않고서도 김포의 서울 편입론이 얼마나 급조된 사안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 쇼’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일단 1년 이상 소요되는 행정·입법 절차 등 편입 과정의 어려움은 차치하고 당장 급한 문제부터 살펴보자. 김포시가 서울 편입 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교통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오히려 이 문제 해결이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근교권 교통 프로젝트는 광역 교통망 확충이라고 해서 국비가 7에 시비 3 정도 비용으로 추진된다. 반면 서울시 내에서 추진되는 도시철도는 시비 6, 국비 4다”라고 말했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사실상 연장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김포의 서울시 편입은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킨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라는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이 주요국보다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서울 확장론’보다는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은의 의견이다.

명분도 실리도 찾기 어려운 탓에 국민 여론도 미적지근하다. 그럼에도 주도권을 틀어진 여당의 강력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처럼 ‘메가시티호’는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 속 힘겨운 삶에 공감하며 위로받던 이들의 삶이 정치공학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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