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가격'ㆍ'자유'…대통령 발언으로 본 '윤석열의 서재'

입력 2023-11-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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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가격'…경제학 개론서에 등장하는 개념
유성룡 '징비록'ㆍ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선물 받아
인생 책으로 언급한 '선택할 자유'…"규제가 시장 왜곡"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대통령은 말(言)로 국정을 운영한다.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강원국 작가의 말이다. 말의 바탕은 글(文), 바로 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재엔 어떤 책들이 있을까? 최근 그의 발언을 통해 추측해보자.

1일 윤 대통령은 카카오택시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을 언급하며 "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탈적 가격은 경제학 개론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시장 주도 기업이 상품 가격을 낮게 책정해 경쟁 기업을 몰아내고, 신규 기업의 진입을 차단하는 등 독점 움직임을 비판할 때 사용한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택시를 향해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장악한 다음에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약탈적 가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불공정거래행위 등과도 관련돼 있다. 검사로 일하며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수사를 지휘했던 윤 대통령의 전력이 떠오르는 발언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상환 능력이 없는데도 높은 이자를 적용해 자금을 빌려줘 채무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올해 2월 윤 대통령은 참모 회의에서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해 논의하며 '반도체 삼국지'라는 책을 언급했다. 대통령의 언급 이후 각 수석이 이 책을 '열독'했다고 알려졌다.

저자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력 양성 정책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반도체 산업 자체를 타깃으로 하는 인력 양성이 아닌, 관련 전공의 교육 내실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각 전공에서 반도체 산업으로의 연계가 가능한 교과목을 개발하고, 실무에 능한 엔지니어들을 겸임 교원으로 더 적극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혁신 정책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결국 교육과 연구에 있다는 취지다.

주요 인사들이 윤 대통령에게 건넨 책들도 있다. 지난달 이철우 경북지사는 윤 대통령에게 류성룡의 '징비록'을 선물하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징비록을 보면 조선시대 대부분의 지방 관료가 한양에서 파견되다 보니 주인의식이 없었다"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지방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지사의 말에 윤 대통령은 책을 집어 들고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로부터 고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책을 선물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권에 등장하면서 처음 언급한 책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다. 이 책은 '민영화', '감세' 등의 키워드를 통해 정부와 시장의 관계성을 설파한다.

윤 대통령은 '선택할 자유'를 인생 책으로 강조하면서 "이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서이기도 하지만 규제를 가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발하는 책으로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의 왜곡을 잘 분석했다"고 평가했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책 내용으로 짐작할 때, 윤 대통령의 자유론을 엿볼 수 있다.

또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가장 최근에 읽은 책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제도에 있다고 본다"며 "분배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이 기억이 남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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