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험생이나 그 학부모가 아니라면 언제 하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린다.
하루에 모든 과목을 다 치르는 게 아니라 과목별로 3~4일에 걸쳐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데, 성적은 대학을 지원할 때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만점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교육부는 학력평가 점수를 토대로 고등학교 순위를 발표한다. 우리나라였다면 정부가 앞장서서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뭇매를 맞을 일이다.
학생들은 이 성적을 가지고 모두 3차례에 걸쳐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 대부분 인기 학과는 1차 지원에서 정원을 다 채운다.
의학, 법학, 경영학과에 고득점자들이 몰리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데 올해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곳은 브라가에 있는 미뇨(Minho)대학 항공우주공학과였다. 상위 5개 학과 중 3곳이 항공우주공학과다. 한국처럼 ‘인서울’ 같은 인식도 덜하다. 대학이라는 간판보다 전공학과에 대한 적성과 비전, 지명도를 중요한 지원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유럽이 한국과 다른 점은 ‘인생에서 대학이 다가 아니야’라는 인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에서 한국은 69.6%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유럽은 아일랜드, 러시아, 룩셈부르크가 60%를 넘었을 뿐이다. OECD 평균이 47.4%, 프랑스와 스페인은 50%를 턱걸이했고 독일은 한참 낮은 37.3%다. 포르투갈은 44.4%였다.
한국 같으면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명문학교에 진학시키려고 할 텐데 생각이 많이 달랐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만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욕심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으니 난 아직 ‘한국 때’가 덜 빠졌나보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