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유럽에서 본 한국의 대학입시

입력 2023-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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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포르투갈에도 우리나라의 수능시험 같은 전국학력평가가 있다. 이 평가에서 기준 이하의 성적을 받으면 고등학교 졸업을 못 한다는 점에서 대학입학 자격을 얻는 졸업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험생이나 그 학부모가 아니라면 언제 하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린다.

하루에 모든 과목을 다 치르는 게 아니라 과목별로 3~4일에 걸쳐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데, 성적은 대학을 지원할 때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만점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교육부는 학력평가 점수를 토대로 고등학교 순위를 발표한다. 우리나라였다면 정부가 앞장서서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뭇매를 맞을 일이다.

학생들은 이 성적을 가지고 모두 3차례에 걸쳐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 대부분 인기 학과는 1차 지원에서 정원을 다 채운다.

의학, 법학, 경영학과에 고득점자들이 몰리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데 올해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곳은 브라가에 있는 미뇨(Minho)대학 항공우주공학과였다. 상위 5개 학과 중 3곳이 항공우주공학과다. 한국처럼 ‘인서울’ 같은 인식도 덜하다. 대학이라는 간판보다 전공학과에 대한 적성과 비전, 지명도를 중요한 지원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유럽이 한국과 다른 점은 ‘인생에서 대학이 다가 아니야’라는 인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에서 한국은 69.6%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유럽은 아일랜드, 러시아, 룩셈부르크가 60%를 넘었을 뿐이다. OECD 평균이 47.4%, 프랑스와 스페인은 50%를 턱걸이했고 독일은 한참 낮은 37.3%다. 포르투갈은 44.4%였다.

우리 아이들은 다음 학년엔 상급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뭐라도 정보를 얻어 보려고 교육 관련 일을 하는 현지인 학부모에게 “자녀를 내년에 어느 학교로 보낼 생각인지,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는 입학이 까다로운지”를 물어보니 의외의 답이 왔다. “우리 애가 의사나 변호사가 될 정도도 아니고, 힘들게 공부시킬 필요 없이 평범한 학교에 보내려고 해.” 이러는 거다.

한국 같으면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명문학교에 진학시키려고 할 텐데 생각이 많이 달랐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만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욕심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으니 난 아직 ‘한국 때’가 덜 빠졌나보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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