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권 추락 ‘논란’ 그 후…교사들 “아동학대법 개정 없이는 실효 못 느껴”

입력 2023-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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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생활지도 고시 시행 두 달...학교 현장은

학칙 개정 절차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게 정말 보호막이 돼줄 수 있을까’ 부분에 대해선 불신하는 분위기예요. 아동복지법이 있는 한 아직은 자유롭지 않아요.

일선 학교들, 연말까지 학칙 개정 등 나서
교사들 “아동복지법 개정 없이는 변화 체감 못해”

▲지난 9일 찾은 경기 소재 한 초등학교 정문.  (정유정 기자)
▲지난 9일 찾은 경기 소재 한 초등학교 정문. (정유정 기자)

학생생활지도 고시가 시행된지 두 달이 지난 지금 교권 추락 이슈로 술렁였던 학교 현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을까. 경기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이 학교 학생인권부장은 완전한 교권 회복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부는 무너진 교권을 확립하겠다며 9월부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는 올해 말까지 고시를 반영해 생활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현재의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로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하고, ‘문제 학생 분리 조치’ 등을 위한 교육청 등 관계 부처의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오후 경기 소재 K초교에서는 학생들의 정규 수업이 끝나고 돌봄 교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한 돌봄 교실 내 교사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친구에게 나쁜 말 쓰지 말라고 경고 했을텐데. ○○이가 잘못한 것 맞아”라며 싸움이 붙은 학생들을 힘겹게 중재하고 있었다.

해당 학교는 교육부의 학생생활지도 고시 발표 이후 학칙 개정을 위한 교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 오는 16일 규정개정심의위원회를 열고 다음 달 초 학교운영위회를 열어 학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 학교 교장은 “9월 고시 발표 이후 주변 학교들이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 처음에는 우리 학교도 좀 지켜볼 예정이었다”면서도 “회의 시간 한 선생님이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교사 한 명이라도 힘들다고 하면 바로 (학칙 개정 등)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호소해 눈이 번쩍 뜨였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을 분리 조치해야 할 만큼 힘든 학급이 있느냐 물었더니 5~6학년에 두 학급이 있더라”며 “외부 전문가들과 학부모들까지 협의해 학칙 개정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학교 차원에서 교권 회복을 위한 학칙 개정 절차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 교사들은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만난 해당 학교 학생인권부장은 “초중등교육법 개정과 교육부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수업방해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할 수 있게 됐지만, 어느 장소에서 누가 분리 지도를 할지 정하는 게 어렵다”며 “유휴공간도 마땅치 않고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걸 학교에서 만들라고 하니까 결국 크게 바뀌는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교 관리자들의 의지가 부족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느낀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지역 4년차 교사 A 씨는 “민원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잘 구축되는지는 교장, 교감의 성향에 많이 좌지우지될 것 같다”며 “현재 학칙에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해 ‘교실 외 교감이 지정하는 장소’로 분리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해당 장소가 어디인지 논의는 일절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개정 없이는 교권 보호 조치 실효성 없어”

무엇보다 현장 교사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아동학대로 고소·고발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교사들은 해당 법 조항 때문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교사는 “학생이 숙제를 못 해왔다고 해서 남겨도 아동학대로 비칠 수 있는 세상”이라며 “학생을 위해서는 추가로 지도하는 게 맞는데, 일말의 꺼림칙함도 남기지 않으려면 아이를 지도하지 않는 게 맞다. 교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없으니 학생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지역 30년 차 중등교사 B 씨 또한 “교실에서 자는 학생의 머리를 살짝 건드렸는데 해당 학생이 교장 선생님에게 가서 아동학대로 신고할 것이라고 해 갈등이 있었다”며 “결국 지금 상황은 아무 것도 바뀐 게 없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 교사들의 인식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25~30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54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5.3%는 학생 생활지도 고시 시행과 교권 4법 통과에도 학교 현장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은 교사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고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28.4%)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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