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고치겠다” 아내 목에 쇠사슬 채우고 폭행한 남편의 최후

입력 2023-11-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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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 중독에 빠져 술을 끊지 못하는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남편이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는 상해치사·감금·강요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1월 31일 오전 11시께 아내(35)가 술에 취해 경찰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귀가하자 약 5시간 동안 폭행해 복강 내 과다 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알코올 의존 증후군 때문에 육아 등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인과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아내가 술에 취해 자다가 이불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다퉜다.

A씨는 “잃어버린 신뢰에 대한 책임을 져라. 손가락을 하나 자르던가, 매일 아이 등·하원 시간을 제외하고 사슬로 목줄을 차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거부하자 A씨는 아내를 잠옷 차림으로 집 밖으로 내쫓았다. 아내는 주변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해 귀가할 수 있었다.

A씨는 이날부터 1주일간 술을 마시러 나가지 못하게 한다며 아내의 목에 실제로 목줄을 채우고 5.6m 길이의 쇠사슬 줄로 냉장고에 고정해 감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런 강요와 감금에도 아내가 밖에서 술을 마시다 정오 가까운 시간에 경찰 도움으로 귀가하자 격분해 범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사망 당일 아내의 종아리를 구둣주걱으로 세 차례 때린 것 이외 폭행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만취한 아내가 경찰들과 귀가할 당시 별다른 부상 징후가 없던 점, 사망 원인인 장간막 파열은 큰 힘이 가해져야만 한다는 법의학자들의 소견이 있었던 점, 경찰관들의 방문 시점 이후 주거지에 A씨 부부만 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A씨의 상해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부인의 습성을 고친다는 핑계로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폭력도 수시로 행사하면서 가스라이팅을 했다. 강한 타격으로 인한 다량의 출혈로 생을 마감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육체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주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을 점, 피해자 부모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의 사정이 있긴 하다”면서도 “A씨가 책임을 부정하면서 모든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려고 해 반성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어 엄중한 결과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법원은 아내를 네 살짜리 아들이 보는 앞에서 목줄로 감금해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아동복지법위반)도 유죄로 인정해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아동관련기관 2년 취업제한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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