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조토ㆍ바퀴벌레 절대 안돼” 가짜 빈대 퇴치법 주의하세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11-13 15:33 수정 2023-11-1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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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일간 ‘빈대’가 구글 트렌드 검색량 순위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빈대 확산‘이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7일간 ‘빈대’가 구글 트렌드 검색량 순위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빈대 확산‘이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빈대가 발견되며 빈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40년 전 한국에서 완전히 박멸된 줄 알았던 빈대의 재출현에 보건당국과 시민들의 움직임도 바빠진 모양새인데요. 질병 관리청은 관련 영상과 자료집을 배포해 관련 지식을 교육하거나 서울시는 ‘서울시 빈대 제로 도시 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하는 등 빈대 퇴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민들 역시 일상 속에서 신속한 신고와 정보 공유로 빈대 퇴치 물결에 합류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19 대유행 때 등장했던 ‘코로나 맵’과 같이 실시간으로 빈대 출몰 지역을 확인하고 신고할 수 있는 ‘빈대 보드(bedbugboard.com)’도 등장했다고 하죠. 이곳에서 시민들은 빈대가 발견된 지역 정보를 확인하기도 하고 빈대 대응법이나 관련 언론 보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힘을 합쳐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시민들을 보니 ‘집단 지성’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그러나 정보 공유가 활성화됨에 따라 빈대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대보드’를 통해 실시간 빈대 출몰 지역을 신고 및 확인할 수 있다. (출처=빈대보드 캡처)
▲‘빈대보드’를 통해 실시간 빈대 출몰 지역을 신고 및 확인할 수 있다. (출처=빈대보드 캡처)
빈대 잡으려다 호흡기 잡는다

대표적인 예가 ‘규조토 빈대 퇴치법’입니다. 플랑크톤과 같은 규조류의 잔재로 이뤄진 규조토를 집안 곳곳에 뿌려 빈대를 박멸하는 방법인데요. 과학 유튜버로 유명한 Mark Rober가 유튜브를 통해 직접 규조토를 이용해 빈대를 잡는 모습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습니다. 규조토로 빈대를 박멸하는 원리를 살펴보면 상당히 그럴듯한데요. 규조토의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절지동물에 해당하는 곤충은 큐티클층이라 불리는 체벽으로 신체가 둘러싸여 있는데 수분을 흡수하는 규조토가 곤충의 큐티클에 묻게 되면 수분과 지방질을 흡수해 곤충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규조토의 성질을 활용해 침대 다리 부근이나 벽 틈, 방구석에 규조토를 뿌려 빈대를 박멸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러나 규조토를 활용한 빈대 퇴치법을 접한 질병 관리청과 전문가들은 “절대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규조토 분말이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규조토 분말이 호흡기에 들어갈 경우 규사 등의 먼지가 폐에 쌓여 흉터가 생기는 ‘규폐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규폐증이 발병하면 가래가 끓고 기침을 하며 운동 시 호흡곤란도 발생한다고 하죠. 식용 규조토라고 할지라도 소화기가 아닌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된 규조토는 신체에 유해합니다. 이처럼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규조토는 인체에 해롭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조토를 사용할 바에 차라리 빈대에 물리는 것이 낫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빈대 방제 실험중인 유튜버 Mark Rober.(출처=유튜브 ‘Mark Rober’캡처)
▲빈대 방제 실험중인 유튜버 Mark Rober.(출처=유튜브 ‘Mark Rober’캡처)
빈대를 잡기 위해 바퀴벌레를 집에 들이실 분들은 설마 없으시겠지만, 바퀴벌레가 빈대의 천적이라는 정보도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빈대의 천적이 바퀴벌레이며 바퀴벌레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빈대가 급증했다는 정보가 확산됐는데요. 그러나 빈대와 바퀴벌레는 서로 경쟁하는 종이 아닐뿐더러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빈대는 흡혈을 하는 반면 바퀴벌레는 흡혈을 하지도 않고요. 두 곤충 모두 번식력이 왕성하고 빛을 싫어하며 사람의 손이 잘 닫지 않는 곳에 알을 까고 번식한다는 공통점을 가질 뿐이죠.

‘열’과 ‘약’, ‘예방’이 답이다

▲(출처=질병관리청 ‘빈대 정보집’)
▲(출처=질병관리청 ‘빈대 정보집’)
질병 관리청이 11월에 배포한 ‘빈대 정보집’에 따르면 빈대를 방제할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인데요.

먼저, 물리적 방제는 스팀기나 청소기 등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빈대를 제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잘 알려진대로 빈대는 ‘열’에 약한데요. 스팀 고열을 빈대가 주로 서식하는 가구 틈이나 벽 틈에 분사해 방제하거나 청소기의 흡입력을 이용해 침대나 매트리스, 소파, 가구 등을 청소하는 방법입니다. 50~60℃에 이르는 건조기를 활용해 이불이나 옷, 침구 등을 30분 이상 세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화학적 방제는 빈대용으로 보급된 살충제를 활용하는 것인데요. 다만, 피부에 닿는 의류나 침구류에는 살충제 사용을 권하지 않기에 화학적 방제 방법과 물리적 방제 방법을 함께 시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또한, 최근 확산하고 있는 빈대의 경우 살충제에 상당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주현 서울대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는 2020년 논문을 통해 국내 빈대가 피레스로이드 계통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이에 빈대가 내성을 가지고 있는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보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페닐피라졸 계열의 ‘피프로닐’이 빈대 방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추천했습니다.

또한, 빈대가 붙어있을 수 있는 겉옷이나 가방, 택배 상자를 침실에 들이지 않는 것도 하나의 예방책이 될 수 있는데요. 외출 후 옷에 빈대가 붙었는지 꼼꼼히 살피고 뜨거운 물에 세척하거나 매일 세척하는 것이 어렵다면 옷을 침실이 아닌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가구나 침실 벽의 틈에 끼어 있다가 야간에 흡혈 활동을 하는 빈대의 특성을 고려해 흡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동 과정에서 빈대가 붙기 쉬운 가방이나 택배 상자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끝으로 혹시 빈대에 물리게 된다면 해당 부위를 긁지 말고 신속하게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함유된 크림이나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가려움증을 완화해야 합니다. 물린 부위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거나 기타 심각한 증상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야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빈대가 감염병을 일으키는 해충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침착하게 침대 틈이나 벽 틈에 숨어 있는 빈대를 찾아 제거하는 신속한 대응도 필요합니다. 심각할 경우에는 방역 업체나 보건소, 담당 부서에 즉각 신고해 긴급 방제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한 ‘빈대 발생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 문의:자치구 보건소 또는 다산콜 02-120. (출처=서울특별시)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한 ‘빈대 발생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 문의:자치구 보건소 또는 다산콜 02-120. (출처=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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