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시행 앞둔 벤처기업계…“발행요건 너무 까다로워”

입력 2023-11-13 16:13 수정 2023-11-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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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 창업벤처혁신실장(가운데)이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벤처기업과 함께하는 복수의결권 현장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임정욱 창업벤처혁신실장(가운데)이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벤처기업과 함께하는 복수의결권 현장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 혁신 부품을 만드는 제조 기업 A 대표는 발기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법인 설립을 서둘러야 했던 당시 상황과 자금 마련 등 이유로 다른 공동창업자만 발기인이 됐다. A 대표는 “회사 설립 전부터 프로젝트를 같이 해왔고, 한 번도 공동창업자가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법에 따르면 복수의결권 발행 요건이 안될 것”이라고 짚었다.

17일 복수의결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벤처기업계가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간담회를 열고 벤처기업들과 만나 투자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복수의결권은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제도로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의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도입됐다. 17일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간담회에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벤처기업들이 참가해 우려스러운 부분을 전달하고 궁금증을 해소했다.

A 대표 외에도 문천수 오버테이크 HR총괄은 “회사 대표가 설립 초기 부족한 면과 상황이 있어 형식적인 사유로 발기인 등록을 못하고 현재는 창업주로 등록했다”며 “요건에서부터 우리 회사는 도입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들은 기존 주주들이 복수의결권 발행을 긍정적으로 생각할지에 대해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관개정과 발행 결정을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한 가중된 특별결의가 있어야 한다.

이지현 닥터노아바이오텍 대표는 “지난해 시리즈 B를 마무리했고 당장 내년에 시리즈 C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1년 안에 복수의결권 제도를 회사에 들여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존 주주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로지 창업주를 위해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어떤 주주는 반대할 것”이라며 “설득하려면 기존 주주에게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돌봄 솔루션을 제공하는 B 대표는 “가중된 특별결의가 필요해 발행 요건이 사실상 굉장히 쉽지 않게 느껴진다”며 “보완책으로 모든 주주가 동의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대표는 “투자 계약서상 중요 사항에 대해 사전 동의를 구하고 보고하는 절차가 있는데 주주총회 가기 전에 사전 동의 단계에서 동의 안 해주면 못하는 언감생심 제도일 것”이라며 “쉬운 방법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거래소 상장 단계에서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패션플랫폼을 운영하는 C 대표는 “투자자나 창업자 모두 기업공개(IPO), 엑시트(투자금 회수) 등을 생각하는데 거래소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어떻게 봐주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들에 대해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거래소가 창업주 지분이 낮은 것을 깐깐하게 보기 때문에 이를 경험한 벤처캐피털(VC)은 복수의결권이 필요하다고 단언한다”며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캠페인, 간담회 등 많이 홍보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래소의 입장에 대해 “창업주 지분 측면에서 복수의결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보고 있다”며 “지속해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가중된 특별 결의 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주는 것은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권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모든 요건이 들어간 것은 상법에 예외 조항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물러설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었다”며 “일단은 제도를 안착시키고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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