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관심’

입력 2023-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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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부 관계 문제에서 나타나는 사실. 첫째를 낳으면서 신혼 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부부 관계가 악화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신혼 기간에는 오로지 상대만 생각하면 된다. 특히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로맨틱한 에너지가 관계를 힘차게 북돋을 때는 사정이 생겨 일시적으로 부부 관계가 나빠지다가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첫째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면? 부부는 일상생활 모든 부분에서 아이를 중심에 놓게 된다. 그래서 인종이나 문화와 상관없이, 첫 아이를 낳은 부부 관계는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로 상대에게 배분하던 관심을 거두어 들여 아이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심에서 시작한 관계이므로 관심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소원해진다. 그래서 가족 관계를 연구하는 미국 학자들이 이 주제를 과학적 연구로 확인했다. 역시 그랬다. 첫 아이를 출산한 부부는 대부분 관계가 나빠졌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신혼 때 맺은 관계 수준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좋아지는 부부 집단이 존재했다. 첫 아이 출산 후에 관계가 나빠지는 일반적 집단에 비교했을 때, 이들 집단은 무엇이 달랐을까?

다른 모든 조건은 일반적인 집단과 거의 비슷했다. 특출나게 돈을 더 많이 벌지도 않았고, 부부가 서로 상대에게 시간을 많이 소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양 집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보니, 딱 한 가지 면이 결정적으로 달랐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서도 관계가 유지되거나 좋아지는 부부는, 여전히 아주 작은 관심을 ‘일상적으로’ 배우자에게 표시했다.

아침에 바쁘게 출근을 준비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서로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다. 하지만 부부는 배우자가 지나가면서 하는 말에 대부분 ‘짧지만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고 반응했다. 예컨대, 남편이 뉴스를 보면서 ‘어, 저 범죄자가 잡혔네?’라고 말하면, 부인은 그냥 넘기지 않고 ‘어, 그래?’라고 반응했다. 그리고 남편도 부인에게 동일하게 반응했다.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결국, 부부 관계는 서로 주고 받는 에너지 ‘양’이 아니라, ‘질’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없어도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아주 작더라도 상대 언행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 자체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부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고 싶다면? 간단하다. 그에게서 관심을 철회하지 말라.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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