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의 한’ 선수도 구단주도 팬들도…LG 우승에 격한 진심모드 [이슈크래커]

입력 2023-11-14 16:17 수정 2023-11-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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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우승 축하하는 불꽃 (연합뉴스)
▲LG 트윈스 우승 축하하는 불꽃 (연합뉴스)
“그 롤렉스는 그렇게 금고에 봉인됐단다. 올해가 29년 째야”

가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매번 입지도 않는 유광점퍼를 닦는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들려준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 20년 넘게 들어온 그 이야기가 ‘진짜’라는걸 2023년 11월 13일에 드디어 확인하게 됐는데요. 봉인됐던 롤렉스가 눈앞에 나타난 이 날. 바로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감격스러운 승전보가 잠실에서 들려온 순간이었죠.

감격스러운 11월 13일,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LG가 6-2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시상식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LG가 6-2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시상식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023 KBO리그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29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았습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승제·KS) 5차전에서 선발 케이시 켈리의 호투와 박해민의 공수 활약으로 kt 위즈를 6-2로 꺾었는데요. 1차전을 내준 뒤 내리 4경기를 모두 가져온 LG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죠.

이날 팽팽했던 투수전은 LG가 3회말 3점을 뽑아내며 흐름이 바뀌었는데요. kt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문성주와 신민재가 안타·볼넷으로 출루한 뒤 홍창기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기회를 맞았습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해민이 우익수 옆 2루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고, 3루를 훔친 박해민은 김현수의 땅볼(1루수 포구 실책) 때 홈을 밟으면서 3득점에 성공했죠.

5회초에는 1점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5회말 김현수가 kt 바뀐 투수 이상동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곧바로 2점을 달아났습니다. 이후 6회말에는 LG가, 7회초에는 kt가 각각 1점씩을 추가하며 6-2의 스코어가 만들어졌죠. 이 스코어는 9회초까지 이어지며 LG의 KS 우승 스코어가 됐습니다.

감격스러운 29년 만의 승리였죠. LG는 김용수, 차명석, 류지현 등이 활약하던 1994년이 팀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이었습니다. 이후 1997, 1998,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고배를 마셨죠. 2002년 당시 LG 감독이었던 김성근 전 감독은 이날 시구 후 인터뷰에서 “가장 아쉽게 진 KS”라고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LG는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으나,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발목을 잡히며 수포가 됐죠.

‘회장님 롤렉스’ 주인공은 ‘원 클럽맨’ 오지환

▲오지환 품으로 돌아간 롤렉스 (연합뉴스)
▲오지환 품으로 돌아간 롤렉스 (연합뉴스)

LG의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환호했는데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 또한 더 큰 함성으로 역사적인 승리를 자축했죠. 한바탕 격한 포효가 뒤섞이던 잠실 구장엔 MVP에 대한 관심으로 다시 뜨거워졌는데요.

바로 그 전래동화 속 ‘회장님 롤렉스’의 주인공이 탄생했기 때문이었죠. 구본무 LG 선대회장이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기약하며 MVP 선수에게 증정할 최고급 롤렉스 시계를 구매했는데요. 하지만 LG트윈스가 29년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며 회사 금고에 갇혀 있었죠.

구 선대회장이 해외 출장 중 사들인 롤렉스 시계는 당시 8000만 원을 주고 구매했는데요. 현재 이 시계는 단종된 가운데 중고 시세로는 1억6000만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롤렉스의 주인공은 LG 캡틴이자 ‘원 클럽맨’ 오지환이었는데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롤렉스는 구광모 회장님께 돌려드리고 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라고 말하며 사양했습니다. 이미 오지환은 우승이라는 기쁨에 가득해 보였는데요. 학창 시절부터 LG 팬이었다는 오지환은 ”그동안 LG 팬분들은 (우승을) 오래 기다리셨다”라며 “기쁘고 울컥한 느낌이 든다. 함께 야구 했던 선배들이 많이 생각난다”라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의 주장 오지환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의 주장 오지환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독도 팬들도 구단주도 그들은 정말 진심

▲염경엽 감독 헹가래 치는 LG 트윈스 (연합뉴스)
▲염경엽 감독 헹가래 치는 LG 트윈스 (연합뉴스)
넥센 히어로즈에서 4년, SK 와이번스에서 2년 간 감독을 역임했던 염경엽 감독 또한 주목을 받았는데요. 염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LG의 사령탑에 부임해 7년 만에 자신의 감독 커리어에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추가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행복한 건 기나긴 29년 무관의 기간에 변함없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LG는 일명 ‘엘·롯·기(엘지, 롯데, 기아)’라 불리는 야구계 강성팬덤으로 유명하죠.

프로야구를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팀 중 역대 유입 관중 수 1위 팀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LG인데요. 2019년 4월 21일 잠실 키움전에서는 KBO 리그를 넘어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3000만 관중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팬들의 높은 충성도를 실감할 수 있는 기록이죠. 유명 스타들 또한 LG ‘찐팬’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는데요. 김은희 작가, 이종혁, 윤종신, 안재욱 등도 “여한이 없다”며 감격의 인증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구광모 회장 헹가래 치는 LG 트윈스 (연합뉴스)
▲구광모 회장 헹가래 치는 LG 트윈스 (연합뉴스)

이날 현장엔 3대 구단주 구광모 회장도 함께했죠. 구 회장은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1차전 이후 LG 트윈스의 원정 경기였던 4차전, 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된 이 날 5차전까지 모두 3차례 ‘직관’(직접 관람)을 했는데요. 구 회장은 부친인 구 선대회장도 회장 시절 맛보지 못한 우승의 짜릿함을 느꼈죠. 구 회장은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으며 우승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LG그룹의 파격적인 할인 행사, 기대해도 될까요?

▲kt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kt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 회장은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다”라며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트윈스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는데요. 회장님의 감격스러운 인사에 팬들과 시민들은 또 다른 ‘선물’에 관심이 집중됐죠.

바로 LG 계열사들의 우승 기념 프로모션에 대한 기대감인데요. 전자, 생활건강, 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는 다양한 우승 기념 프로모션 행사를 논의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그룹의 야구 사랑이 각별한 만큼 29년 만의 한을 풀었다는 의미에서 파격적인 할인 행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오죠. 부디 그 한을 넘치게 뽐내는 행사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한화ㆍ롯데도 기다릴게

LG의 29년 만의 우승으로 야구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로 향했는데요. LG와 더불어 두 구단은 ‘20년 이상 정상에 오르지 못한 구단’의 불명예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었죠.

하지만 LG가 이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롯데와 한화 팬들은 부러움을 넘어 쓰리디쓰린 마음을 움켜잡고 있는데요. 각각 31년과 24년이라는 ‘우승 도전 실패’ 기록을 가지고 있는 두 구단에 LG의 우승 소식은 또 다른 비수였죠.

내년에는 이들에게도 감격스러운 우승이라는 순간이 허락될까요? 한동안은 LG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하는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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