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제재한다더니…정작 미군이 사다 썼다

입력 2023-11-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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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경로 거치며 '원산지 세탁'
UAE 유조선 이용해 미군에 공급
WP "다른 원유와 섞은 뒤 판매"
공군 항공유, 군함 연료 등 공급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AP연합뉴스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AP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족쇄를 채웠던 러시아산 원유가 정작 미국 국방부에 납품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공개 선적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금수 제재 이후 러시아산 원유가 그리스 정유사를 통해 정제과정을 거쳐 미 국방부에 항공기와 선박용 연료로 납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여러 차례의 세탁 과정을 거치며 교묘하게 제재 그물망을 피해갔다고 WP는 설명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올해에만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로즈네프트)의 원유가 최소 5대의 아랍 에미리트 국적 유조선에 실려 튀르키예로 이동했다.

해당 원유는 튀르키예 국영 석유회사에 판매돼 다른 여러 나라의 원유와 섞였다. 이후 그리스 정유사 '모터 오일 헬라스'에 납품된 것으로 보인다.

모터 오일 헬라스는 미국 국방부 납품업체 가운데 하나로, 국방부는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 이후 대체선으로 그리스 정유사 비중을 크게 늘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서방의 금수 조치에 따라 그리스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도·중국과 함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튀르키예로의 이동은 가능하다.

WP는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양의 러시아산 원유가 모터 오일 헬라스에 납품됐는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각기 다른 원산지의 원유를 섞어 저장해 판매하는 업계 특성상 다량의 러시아산 원유가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산 원료 비중이 높은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부터 제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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