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개발 과정에서 영상정보 원본 활용이 허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는 보험사 등 민간기업에 개방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장관회의 겸 수출·투자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회의에서 “AI 기술이 우리 일상에 뿌리내리며 사회 전 영역에서 디지털 심화가 가속하고 있다”며 “디지털 심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고, 데이터는 노동·자본과 같은 전통적인 생산요소를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과제’는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적·제도적 노력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먼저 자율주행차·이동형 로봇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이달부터 영상정보 원본 활용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연내 9개 기업에 대해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뉴빌리티, 우아한형제들, 네이버 랩스 등이 특례를 신청한 상태이며, 현대자동차와 카카오모빌리티로 신청을 앞두고 있다. 자율주행차 인식모델의 주요 평가지표인 평균 정밀도는 가명 영상정보 활용 시 31.2%다. 원본을 활용하면 36.7%로 5.5%포인트(P) 개선된다. 대신 정부는 개인식별 목적 활용 금지, 저장매체·전송망 암호화 등 안전조치를 마련한다.
자율주행 기업이 사용하는 정밀지도에 대해선 업데이트 주기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도록 기업들이 원본·정밀지도 데이터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안보상 전송이 제한된 도로 점군 데이터도 일정 안전요건 충족 시 온라인 전송이 가능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AI 분야에선 AI 학습데이터 수집·활용 시 정당한 대가 지급 등 저작권 침해 관련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AI-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고, 데이터 수요·공급 매칭 등을 지원하는 AI 학습데이터 중개소를 구축한다. 민생범죄 예방을 위해선 보이스피싱 범죄 음성데이터 3만여 건을 AI 기업에 제공한다. 또 개인식별 위험이 제거된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합성데이터를 생성해 AI 학습용으로 기업에 개방한다.
특히 의료·시민단체 반발이 컸던 건강보험 가명 데이터 민간기업 제공도 공익성을 전제로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한다. 특정 집단·국민에 불이익이 되는 활용·연구 금지, 공단 등과 공동연구 형태로 참여, 연구 결과 활용 시 공단으로부터 사전 동의 획득 등이 조건이다.
‘의료 마이데이터’에 대해서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제공한다. 의료 마이데이터는 건강검진, 진료·투약이력, 국가예방접종 등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청이 보유한 데이터를 내려받아 본인 동의를 전제로 의료기관, 민간기업 등 제삼자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기관 전송만 가능하다. 정부는 향후 마이데이터를 통신·금융·연구 등 타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