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부른 野 '청년 비하' 현수막…전략수정 불가피

입력 2023-11-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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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는 모르겠고'…총선용 현수막, 논란 자초
당내서도 "청년 능멸" "역사상 최악 홍보물" 비판
문구 폐기 유력·캠페인은 유지…"맥락 설명할 것"

▲더불어민주당이 17일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라는 콘셉트 아래 제작한 현수막 시안.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17일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라는 콘셉트 아래 제작한 현수막 시안.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 표심을 겨냥해 만든 현수막이 오히려 '청년 비하' 논란 중심에 서면서 당 안팎에서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첫 캠페인부터 청년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낸 만큼 더 큰 역풍을 부르기 전에 현장 목소리에 기반한 혁신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취지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17일 각 시도당에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라는 콘셉트 아래 제작한 현수막 시안 4개를 안내하고 이 중 2개를 택해 필수 게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개된 현수막 문구는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 4개다.

당은 "이번 캠페인은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 세대 위주로 진행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나에게 쓸모 있는 민주당'으로 변화하는 캠페인"며 청년들의 취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당 안팎에서는 "청년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년들이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하고 이기적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문구에 담겼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전날 신주호 상근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청년 세대를 무지하고 오로지 자신만 잘 살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집단, 노력 없이 결과만을 바라는 세대로 비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도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등 계파를 불문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명계인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듣기 싫은 소리에는 귀를 닫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몇몇 사람들끼리 모여서 선거전략이라고 내놓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현수막 시안은 청년 비하 수준이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비명계 의원모임 '원칙과 상식'도 논평에서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저런 저급한 내용과 디자인이 민주당 홍보물로 결정됐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이재명 민주당의 청년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의 결여 증거다. 후진적 홍보역량과 무뎌진 도덕적, 대중적 감수성이 70년 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을 내놓게 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논란이 된 현수막 문구는 폐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수막 문구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아직 지도부가 논의하진 않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으니 정리할 방법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당의 청년 전략 수정과 무너진 기강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 고위관계자는 "총선 직전 이런 문제가 터졌다면 아찔하다"며 "치명적인 실수라는 인식 하에 청년 인식과 전략을 손봐야 한다. 해이해진 기강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은 제20대 대선 직전 이 대표의 청년 민심 전달 창구 역할을 맡았던 한 청년선대위원이 '선민 의식' 논란을 자초하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에 공세 빌미를 제공한 전력이 있다.

해당 청년위원은 2021년 1월 15일 페이스북에 "저와 여러분은 이미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며 "(보통 사람은)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를 구분하기도 어렵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라고 적어 구설에 올랐고, 이틀 뒤 해촉됐다.

이번 사태가 22일 예정된 이 대표의 청년간담회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각계 청년 목소리를 들으며 정책 반영·입법 등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수막 문구에 대한 이 대표의 공식적인 사과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우선 민주당은 23일 '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 발표에서 논란의 단초가 된 문구 기획 배경과 맥락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당 관계자는 "정쟁보다 개인 개인의 삶, 가치가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나온 문구지만 배경 설명 없이 문구만 먼저 공개되니 이상하게 보인 것"이라며 "변명할 여지 없는 실책이지만 캠페인 자체를 폐기하진 않는다. 문구를 변경하는 과정은 있을 것이다. 발표할 때 맥락을 자세하게 설명드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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