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입력 2023-11-20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단속만으론 한계…제도보완 필요해

최고금리, 시장수요 따라 조정하고

수요자 교육 강화해 경각심 높여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불법 사금융이 활개를 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를 통한 상담신고 건수가 코로나 기간 매우 빠르게 증가하였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악질적인 추심 사례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얼마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전포고하였다. 2024년 상반기까지 불법 사금융 특별 근절 기간을 정하여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관련 기관들이 각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분주히 마련하고 있다. 조만간 불법 사금융과의 일전이 예상된다.

불법 사금융을 방치하면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과거 일본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1983년 대금업법 제정 이후 대금업이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다가, 여러 차례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금업의 서민 대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불법 사금융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당시 일본은 금융 양극화가 심화하고,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경제 또한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쳤었다.

정부도 올해 초부터의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 기간에 불법 사금융과 관련한 검거나 구속 건수, 범죄수익 보전 금액 등의 면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면 처벌과 단속이 더욱 강화되면서 한동안 불법 사금융이 활개를 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불법 사금융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는지를 냉정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늘 수요가 끊기지 않았던 마약이나 성매매 등의 척결을 위한 전쟁이 오히려 이를 더 부추긴 결과를 경험하였다. 1970년대의 미국 대통령들은 우리에게 영화 ‘대부’로 잘 알려진 마피아와 마약과의 전쟁을 치렀다.

그 결과 마피아 소탕에는 성공했으나 그동안 마피아가 두려워 마약 취급을 주저했던 세력들이 득세하면서 마약 사용이 대중화되어 버렸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서울 종암경찰서 김강자 서장이 소위 ‘미아리텍사스’ 등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하였다. 그 여파로 집창촌은 거의 사라졌으나 풍선효과로 온갖 변종 성매매가 전국 주거지역에 퍼지면서 성매매가 더욱 확산하였다.

이번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의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서민들의 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한 언제든지 독버섯처럼 다른 형태로 불법 사금융이 번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점에서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한 단속과 처벌 외에 다음의 대책들도 동시에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첫째, 코로나 기간 불법 사금융이 증대한 근본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 최고금리는 잇따라 내려갔는데, 코로나 이후 금리상승 기조로 자금조달 비용이 큰 폭 증가하자 등록 대부업이 수지를 맞추지 못하면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20%로 고정된 최고금리를 금융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등록 대부업의 조달 비용을 내릴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둘째, 금융수요자에 대한 불법 사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현재 보이스피싱 등 다른 불법 금융 행위는 금융감독원, 경찰 등의 적극적 홍보가 이루어지나, 피해자가 더 많고, 이용규모도 더 큰 불법 사금융에 대한 예방 홍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불법 사금융 접근 가능자를 대상으로 (사)서민금융연구원, 민간 상담 기관 등 사회적 기관과 협력하여 불법 사금융 이용 시 주의 및 피해 예방에 대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셋째, 대부업 이용자가 스스로 합법인 등록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업자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이용자가 불법 사금융업자를 등록된 대부업자로 오인하여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한다.

우리가 마트보다 약간 더 비싸지만, 아무런 불평 없이 주위 편의점을 이용하듯이 일반 제도권 금융기관보다는 금리가 약간 더 높지만 언제든지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우수대부업체의 명칭을 ‘편의 금융’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우리은행장 교체 수순…차기 행장 후보 내주 윤곽 나올 듯
  • 단독 부모-자녀 한 동네 사는 실버타운 만든다더니…오세훈표 '골드빌리지' 무산
  • "동덕여대 손해배상 상대 특정 어려워…소송 쉽지 않을 것"
  • 지드래곤, 오늘(22일) 신곡 깜짝 발표…'마마 어워즈'서 볼 수 있나
  • 고양 소노 감독 폭행 사건…'사상 초유' KBL에 징계 맡겼다
  • 유병재, 열애설 상대는 '러브캐처4' 이유정?…소속사 측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
  • 김장 잘못하다간…“으악” 손목‧무릎 등 관절 주의보 [e건강~쏙]
  • "아이 계정 삭제됐어요"…인스타그램의 강력 규제,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13:48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971,000
    • +1.23%
    • 이더리움
    • 4,737,000
    • +7.66%
    • 비트코인 캐시
    • 694,000
    • +2.51%
    • 리플
    • 1,952
    • +25.05%
    • 솔라나
    • 363,800
    • +7.54%
    • 에이다
    • 1,243
    • +10.88%
    • 이오스
    • 965
    • +6.28%
    • 트론
    • 280
    • +0.72%
    • 스텔라루멘
    • 400
    • +18.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300
    • -6.87%
    • 체인링크
    • 21,440
    • +4.94%
    • 샌드박스
    • 496
    • +3.3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