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포괄적 이전…‘처분’에 해당
신세계가 월마트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과세당국으로부터 부과 받은 법인세를 취소해달라며 낸 조세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신세계는 법인세 부과액 약 853억 원 가운데 851억여 원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신세계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신세계는 2006년 9월 월마트 코리아 주식 100%를 인수하는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이 인수‧합병(M&A)은 ‘적격합병’으로 간주되면서 납세 시점을 뒤로 늦추는 ‘과세이연’ 혜택을 적용받았다. 구조조정 촉진 등 명분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합병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상당 기간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신세계는 2596억 원에 달하는 합병평가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 신세계는 2011년 5월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분할해 이마트를 신설하는 내용의 구조개편을 단행, 분할 신설되는 이마트에 2006년 인수한 월마트 관련 자산 2560억 원을 포괄 이전했다.
재판에서는 월마트 인수 자산이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넘어간 일을 두고 신세계가 월마트 관련 사업이나 자산을 ‘처분’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처분’ 내지 ‘사업의 폐지’에 해당한다면 2006년의 과세이연 혜택이 끝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5년 5월부터 6개월에 걸친 이마트 세무조사 뒤 ‘분할로 인해 합병에 따른 과세이연이 종료됐고, 이마트가 충당금 잔액을 승계 받는 방법으로 과세이연을 할 수 없음에도 충당금 잔액을 승계 받은 것은 부당하다’고 중부세무서에 통보했다.
중부세무서는 신세계에 2011년 사업연도 법인세 853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신세계는 신세계와 이마트 분할이 과세이연이 종료되는 ‘사업의 폐지’ 또는 ‘자산의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신세계는 법인세 853억 원 부과 처분 중 1억7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낼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은 과세관청의 법인세 부과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신세계가 월마트 합병으로 승계한 자산을 이마트에 포괄적으로 이전해 준 것은 법인세법상 적격합병으로 인한 과세이연이 종료되는 ‘사업의 폐지’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역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신세계 측 주장을 배척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