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7% 공공의대 설립 원해”…보건의료노조, 정부 압박

입력 2023-11-21 15:02 수정 2023-11-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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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제·공공의대 설립 없다면 필수·지역의료 살릴 수 없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국민 10명 중 8명은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 의사 확보를 위해 지역 공공의대 및 특수목적 의대 신설에 대한 찬성 의견은 77%였고, 비수도권 또는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위해 10년 이상 기간을 정해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 필요성에 대해서도 83.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21일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정부는 의사 눈치 보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라. 국민의 77%는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원한다”고 밝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최근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정부의 모습을 보면 ‘용두사미’와 같다”며 “처음 시작은 요란하더니, 끝은 보잘것없는 듯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큰소리치더니 최근에는 의사 눈치를 보며 꼬리를 내리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또 나 위원장은 “응급환자가 뺑뺑이 돌다 사망하는 비극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의사가 없어 어린이나 산모가 원정 치료에 나서야 하는 고통을 더는 볼 수 없다”며 “의사인력 확충은 국민적 관심사이자 시급히 해결할 국가 과제다. 당장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자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의사 증원 문제가 무너지는 필수의료·공공의료·지역의료를 살리는 필수과제인 만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안에 대한 국민 관심이 매우 높다”며 “노조는 지역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의사 정원 확대, 국·공립병원 지원 관련해 국민 의견을 청취하고 의료취약지역 및 공공의료기관 의사 충원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이번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서든포스트에 의뢰해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응답자의 82.7%가 찬성했다. 비수도권 지역 의사 양성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국공립 위주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선 83.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국립대가 없는 지역의 공공의대 및 특수목적 의대 신설 필요성에 대해선 77%가 찬성했고. 10년 이상 기간을 정해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해선 83.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재수 정책실장은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의사의 몸값만 올려줄 뿐 지역 의사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지역의사제와 같이 지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의사를 양성하고, 그렇게 확대된 의사들이 반드시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자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자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또 이날 의사 인력이 부족한 임상현장의 현 상황도 공개됐다. 민지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는 “공공병원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진료과 폐쇄, 응급실 제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처방·처치·수술에 투입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며 “지역 책임의료기관고 보건소에서도 의사 부족으로 필수 기능조차 못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 혁신을 위해 의사 인력을 확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나 늘릴 것인지, 공공의료에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며 “수도권 대형병원, 인기 진료과로만 몰린다면 지금보다 더 큰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 중심 의학교육에 더 많은 정책과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어디서나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효준 포천의료원 지부장도 지역의사제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암담한 경영상황에 지역의료원에는 환자도, 의사도 없다. 코로나 이후 의사 수급이 어려워지고, 의사들의 연봉은 끝없이 올랐다. 공공의료가 의사 부족으로 중단될 위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지부장은 “중증장애인 치과진료, 노숙인 의료서비스 등 지방의료원에서만 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을 못하는 상황이다. 공공의료 회복과 지역 불균형 해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지역의사제를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의사 수 확대는 과도한 영리적 의료행위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급격한 고령화를 고려하면 의사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늘리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익 창출에 골몰하는 의사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는 공급자가 불필요한 수요를 유발할 수 있어, 영리적 의료행위로 얼마든지 진입할 수 있다. 국가가 지역의료, 필수의료에 배치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환자안전 위협사례, 불법의료현실, 의사의 과도한 임금 상승 및 타 직종간 임금 격차를 조사해 국민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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