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리더십 교체에 ‘긍정ㆍ부정적 영향 혼재…업계 리더십 유지 전망’

입력 2023-11-22 14:48 수정 2023-11-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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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미 당국과 일부 혐의 합의…벌금 43억 달러ㆍ대표 사임
리더십 교체에 가상자산 가격 즉각 반응…시총 4% 증발, BNB 13%↓
업계, “악재일 수 있지만, 자정 작용도…CZ 영향력도 유지될 것” 전망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AP/뉴시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규제 당국과 바이낸스가 일부 범죄 혐의를 인정하며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 CEO가 업계 내 큰 영향을 가진 만큼, 생태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에선 이번 합의가 가격과 투심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 규제 당국과 바이낸스는 일부 범죄사실 유죄 인정과 함께 43억 달러의 벌금 및 창펑 자오 CEO의 사임 등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창펑 자오 CEO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향후 3년간 경영 개입이 불가능하게 됐지만, 바이낸스 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게 됐다.

창펑 자오 전 CEO는 전 세계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그 영향력이 큰 인물인 만큼, 이번 혐의 인정으로 인한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이낸스의 사업 자체에는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창펑 자오 전 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X)를 통해 “실수를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이낸스 그리고 나를 위한 최선”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차기 CEO로 미국 외 지역 시장 책임자 리차드 텅을 임명했다”라며 “(신임 CEO는) 바이낸스의 보안, 투명성, 규정 준수 및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 규제 당국과 바이낸스의 합의로 인해 대부분의 가상자산 가격은 즉각적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후 2시께 기준 24시간 내 전체 시가총액은 약 4.2% 하락한 1767조 대를 나타내고 있고, 대장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2.65%, 1.43%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바이낸스코인(BNB)은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9% 넘게 폭락했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업계 대표 주자 중 하나인 바이낸스가 자금세탁 등 불법을 사실을 인증하고 벌금을 낸 상황인 만큼 업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커지면서 이에 따른 시장 전체의 가격 및 투심 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번 바이낸스와 미 규제당국의 합의가 지난해 발생한 FTX 사태와는 다르다는 견해도 함께 밝혔다. 그는 “FTX는 회복 불가능한 잘못을 저질렀고, 무책임하게 파산한 사례지만, 바이낸스는 잘못을 인정하고 벌금 납부 및 CEO의 사임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업계 전체가 자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그동안 바이낸스와 창펑자오 CEO가 가지고 있었던 규제 준수 관련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시장 가격에 악재가 될 순 있으나, 다른 거래소들도 바이낸스의 사례를 참조해 운영에 반영하는 등 업계에 자정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이번 사태를 해석했다.

다만, 창펑 자오(CZ) 전 CEO가 가진 업계 내 리더십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2020년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공동창업자의 사례를 들었다. 2020년 비트맥스는 이번 바이낸스 사례와 유사하게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법무부 등에 고소를 당했고, 당시 아서 헤이즈 공동창업자 역시 벌금 납부와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다.

정 센터장은 “차이가 있다면 벌금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 정도”라면서 “아서 헤이즈는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업계의 인플루언서로서 또 벤처투자자로서 활동하며 산업에 중요한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Z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 다음 CEO를 발표했고, 자신은 스타트업 투자 및 자문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바이낸스와 CZ도 그런 식(비트맥스와 아서 헤이즈 사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합의에는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및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만 참여하고, 또 다른 주요 규제 당국 중 하나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참여하지 않았다. SEC는 올해 6월 창펑 자오 전 CEO를 시세 조종을 포함한 광범위한 사기, 고객 자금 유용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SEC는 법무부와 다른 독자적인 사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SEC의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업계가 고대하고 있는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에 악영향 줄 가능성도 제기되는 중이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지속 반려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시장 가격 조작’이기 때문이다. 자오 전 CEO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바이낸스가 고객 자산 유용이나, 시장 가격 조작에 관여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현물 ETF 승인 여부와 이번 합의는 큰 연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정 센터장은 “코인베이스와 크라켄은 CFTC, DOJ에게 고소당하지 않았는데, SEC는 이 두 회사와도 소송 중이고 그에 대한 악영향을 고려해서 이번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합의 불참이) 현물 ETF와는 무관한 판단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혜원 쟁글 애널리스트 역시 “블랙록은 코인베이스와 감시공유협정을 체결해 관련 우려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비록 바이낸스의 시세 조작 혐의는 남아있지만 전통운용사들이 SEC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현물 ETF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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