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산은 부산 이전'…이러다 백지화될라

입력 2023-11-22 15:10 수정 2023-11-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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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법 개정안'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서 통과 불발
여당 "총선 앞둔 정치공학적 계산 안돼…당장 협조해야"
산은 노조 "부산 이전시 국가경제적 손실 10년간 15조"
내년 총선 결과 따라 산은 부산 이전 백지화될 가능성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KDB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KDB산업은행)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에서 통과가 불발되면서 사실상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총선정국과 맞물려 개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면 산은의 부산 이전이 백지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전날 열린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간 첨예한 입장 차로 인해 안건이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법안심사 소위원장은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노조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고 여야 원내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산은법 개정안 의결을 보류했다"며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로, 지난달 말 국회 시정 연설에서도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직접 언급할 정도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해온 정당이라면 더 이상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공학적 계산을 할 것이 아니라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해 당장 내일이라도 산은법 개정에 전격 협조하기를 바란다"며 "민주당 원내 대표의 산은법 협조 결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연내 처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은 줄곧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앞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도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내비쳤다.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지역균형성장을 위한 산은 역할 강화' 검토 자료를 통해 산은이 지역균형성장을 위해 2045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내 총생산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비수도권에 시설자금 125조1000억 원을 추가 공급하는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 생산유발효과는 300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산은 노조는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보유 자산이 300조 원도 안 되는 산은이 어떻게 20년 만에 300조 원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인지 그 황당함은 치하더라도 해당 숫자가 나온 과정을 보면 기본적인 금융 상식도 없는 수준"이라며 "금융업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계산 방식"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한국재무학회는 산은 부산 이전 시 국가경제적 손실이 10년간 15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며 "강석훈 회장은 이런 지적을 애써 외면한 채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은 부산 이전 취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것인데, 정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업의 지방 이전을 통한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금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이 전국 수신의 55.3%를 차지했으며,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비중은 전국 수신의 71.3%에 달한다. 수도권의 여신 비중도 61.3%를 차지했지만 다른 지역의 여·수신 비중은 2004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지역경제 발전을 목표로 하는 금융시장의 지역거점 형성은 금융중심지를 지역에 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일 정점의 금융중심지에 연계돼 전국적 차원의 자원 배분과 위험관리 시스템에 수직적으로 통합되는 형태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산은법 개정을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산은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무위는 28일 한 차례 더 법안소위를 열 예정이지만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횡재세법)' 등을 우선 논의해야 해 산은법 개정안이 재논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연내 산은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산은 부산 이전은 아예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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