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 23억 보험금 쓴 새마을금고…법원 "한전, 4억9000만원 지급하라"

입력 2023-11-23 11:00 수정 2023-11-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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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4일 오후 7시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고성, 속초 산불로 피해를 본 화재공제 가입자에게 23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새마을금고가 한국전력공사(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이 새마을금고에 4억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재판장 김현주 판사)은 “한전은 이 사건 전신주의 보존, 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하자 여부를 확인하고 제때 필요한 조처를 해 화재나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2020년 국립과학수사원이 고성, 속초 산불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면서 “한전이 소유, 관리하는 전신주에 리드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아크(전기불꽃)가 발생했고 그 불티가 주변 마른 낙엽으로 옮겨붙었다”고 봤다.

또 “이 사건 전신주 클램프(전선이 빠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장치)에는 볼트와 너트 사이에 체결되는 스프링와셔 4개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로 인해 너트가 풀렸고, 이후 바람 등의 영향에 따른 진동으로 전선이 미끄러지면서 마모 피로가 발생해 단선이 일어나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산불로 고성, 속초 인근 주민들의 집이 타고 가재도구가 전소하는 등 피해자가 발생하자 새마을금고는 자사 화재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23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2020년 국과수의 화재 원인 감식 결과가 공개되자 한전에 구상금 청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 한전은 불가항력적인 자연현상 때문에 전신주 리드선이 끊어졌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강풍만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산불이 난 강원 영동 지역이 매년 봄 반복적으로 강풍이 불어오는 곳인 점, 이 전에도 전신주 전선이 강풍에 손상돼 발생한 불꽃으로 대형 산불이 났던 점, 강풍이 불기는 했으나 1989년경 설치된 노후화된 사건 전신주 외의 다른 전신주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한전이 화재 발생 5일 전 검사지침에 따라 해당 전신주에 열화상 진단을을 했음에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했고, ‘고의성’을 주요 기준으로 보는 ‘중대한 과실’에는 해당되지 않는 만큼 손해배상책임을 전액이 아닌 일부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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