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딜레마] 안 올리면 한전 하청업체들 고사 올리면 중기 비용 부담으로

입력 2023-11-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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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11-23 18: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소비층인 시민들과 기업들은 혜택을 받았지만, 한국전력 1·2차 공급사들은 수난의 시간이었다. 동결의 사각지대에서 매출 하락과 신기술 개발 지연 등을 겪은 것이다. 반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대부분 중소업체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동결이든 인상이든 난제다.

전기요금 동결에도 말 못 하는 벤더
원청인 한전의 적자가 쌓이면서 하청업체들의 사업엔 그늘이 쌓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손실 폭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예산 사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전기요금은 정부와 정치권, 시민여론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라 아래도급 업체들로선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게 현실이라고 한다. 자칫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정상화돼 한전의 적자가 완화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향후 한전의 실적 회복은 긴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유가 상승을 비롯해 에너지 가격 변동이 커지는 가운데 당장 연말에는 2024년 사채 발행 한도 문제에 다시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라고 밝혔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4분기 이후 수익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라고 했다.

한전은 애초 올해 원/달러 환율과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이 각각 평균 1270원, 82.8달러임을 전제로 중장기 재무 계획을 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이상에서 고공 행진 중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초래한 불확실성에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등락 중인 데다 추가 상승 불안감도 크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만 8조4000억 원에 달한다. 3분기 약 2조 원의 흑자를 잠깐 내더라도 올해 연간으로는 7조5000억 원대 적자를 추가로 내게 된다.

하청업체들이 언제 한전 실적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 땐 전체 중기 부담 가중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 전기료는 작년 기준 메가와트시(㎿h)당 106.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96.1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h당 95.3달러로 OECD 평균(144.7달러)보다 싼 축에 속한다. 애초 전기료가 워낙 쌌고 인상 폭도 다른 나라에 비해 미미했기 때문이다. 값싼 전기요금의 대가는 한전의 손실로 지탱됐다. 누적된 한전의 영업손실은 46조9516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기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위기감이 큰데도,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전체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2월 공개한 309개 중소제조기업 대상의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94.9%에 달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중소제조기업이 상승한 전기요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우 부담’으로 응답한 기업도 50.2%로 절반이나 됐다.

작은 비용에도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으로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이 마련하기 쉽지 않다.

대기업의 경우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에너지 고효율 기기인 태양광 발전 설비 등을 도입 중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중소기업으로선 쉽지 않은 방법이다. 실제로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69.9%였다. 고효율설비 설치나 도입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중소제조기업은 7.1%에 불과했다.

기업 전기요금 혜택…자유무역 보조금 인식도 문제
한전과 하청업체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일반 중소기업들의 비용 부담까지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용 전기요금 혜택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전기요금 지원하면 무역 마찰을 불러올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기업에 보조금처럼 작용한다며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상계관세 1.1%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피해를 초래할 경우 수입 당국이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산업부와 철강업계는 전기요금과 관련한 상계관세를 0.5%로 보고 있다. 이처럼 전기요금 혜택을 주면 상대국 관세로 환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올 수 있다.

부담되는 비용을 분할해서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한창용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영향을 분석했을 때 전체로서는 영향은 없으나 일부 업종들이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철강 금속가공이나 주조, 고무, 플라스틱 제조업 등은 전기사용량이 많아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을 분할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정책”이라며 “장기적으론 스마트공장 보급을 통해 공정혁신과 전기를 덜 쓰는 방향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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