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 확보한 차량, 타인 명의로 부활 등록되자 소송
“하위 지자체장, ‘상위 지자체 산하 행정기관’ 지위서 사무처리”
대법 판례 근거로 “원칙적으로 상위 지자체가 손해배상 책임”
서울시가 동대문구청 소속 공무원의 과실을 책임지고 BMW 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이하 BMW 파이낸셜)에 2700만 원을 물어주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9-1민사부(재판장 선의종 판사)는 BMW 파이낸셜이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MW 파이낸셜은 자동차 대여사업을 하는 A 업체에게 차량 3대를 담보로 4300만 원을 빌려준다.
이 과정에서 A 업체가 가져온 쏘나타 2대, 아반테 1대 등 총 3대에 할부금융 약정을 체결했고 저당권도 등록했다.
A 업체가 2017년부터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BMW 파이낸셜은 할부금융 약정을 해지한다.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 A 업체는 자동차 대여사업 면허까지 취소됐다. 저당 잡힌 차량 3대는 A 업체 소관 시청의 직권으로 말소 등록됐다.
문제는 말소 등록된 차량이 BMW 파이낸셜로 회수되지 않고, 타인 명의로 재등록되면서 시작된다.
A 업체에 개별적으로 소송을 건 B 씨가 ‘차량 소유권이전 등록절차를 이행하라’는 법원 승소 판결문을 들고 동대문구청을 찾아가 해당 차량을 자신 명의로 부활 등록(이전)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 동대문구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봤다. “말소 등록됐던 자동차에 신규 등록 신청이 있을 경우 그 권리관계가 해소됐는지 첨부서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해당 공무원은 근저당권에 관한 권리관계가 해소됐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이전을 해줬으므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이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BMW 파이낸셜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B 씨 앞으로 부활 등록된 차가 제3자에게 양도됐고, BMW 파이낸셜은 압류ㆍ경매 등의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저당권이 사실상 소멸하는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은 동대문구청이 아닌 서울시에 귀속시켰다. BMW 파이낸셜이 받아야 할 연체금과 이자 등을 합친 2700만 원을 서울시가 부담하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하위 지방자치단체장은 ‘상위 지방자치단체 산하 행정기관’이라는 지위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하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위임사무 처리 중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더라도 원칙적으로 상위 지방자치단체가 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