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명룡대전'…이재명, 계양 지킬까

입력 2023-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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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 계양을 출마설…"도전과 희생 마다 않겠다"
거취 말 아끼는 李…당내에선 잇단 원희룡 견제

▲<YONHAP PHOTO-2305>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0    hama@yna.co.kr/2023-11-20 09:53:52/<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2305>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0 hama@yna.co.kr/2023-11-20 09:53:52/<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내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원희룡 국토교토부 장관의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미니 대선급 '명룡(明龍)대전' 성사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당대표 총선 거취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도 험지·비례대표 출마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가 어떤 전략적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는 윤석열 정부의 '12월 개각설' 등과 맞물려 기정사실처럼 거론되고 있다. 특히 원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출마설에 불을 붙였다.

발언 내용 중 "도전과 희생"이 '험지 출마'와 직결되는 표현인데다, 최근 원 장관이 주변에 "출마한다면 가장 센 사람과 붙겠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이 대표가 버티고 있는 계양을 출마설에 힘이 실렸다. 계양을은 민주당 핵심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원 장관 측 관계자는 "출마한다면 계양뿐 아니라 당이 원하는 어떤 지역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나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23일 CBS라디오에서 원 장관의 계양을 출마설에 대해 "모두 정치인으로서 당선이 안정권인 곳으로 가고 싶지 않겠나"라면서 "(원 장관이) 스스로 그렇게 결단을 내리는 것은 당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셈법은 다소 복잡해진 모습이다. 원 장관의 계양을 출마가 아직 '설'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당 차원의 전략적 판단 등으로 이 대표가 타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로 선회할 경우 의도와 무관하게 마치 원 장관을 피하는 듯한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원 장관과의 빅매치가 성사되면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할 이 대표의 발목이 계양을에 묶일 수 있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지만 일격을 허용해선 안 되는 지역인 만큼 원 장관을 상대로 이 대표가 장기 외부 지원유세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이 대표가 55.24% 득표율로 당선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4.75%)와 격차는 10.49%포인트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GTX-D 강동 경유 필요성 청취를 위해 서울 강동구 고덕역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GTX-D 강동 경유 필요성 청취를 위해 서울 강동구 고덕역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이 대표 '험지 출마론' 반박 논리와도 연결된다. 앞서 비명계 내에서는 이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향인 경북 안동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동에 가면 거기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당대표를 안동에 가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당의 오른손, 어퍼컷인데 오른손을 묶고 싸울 수는 없다"며 "큰 틀에서 전국 유세 지원을 다녀야 해서 그걸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 장관이 전국에 간다고 시민들이 환영하거나 구름 인파가 몰리겠나. 본인 지역구나 열심히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안으로는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국 선거 지휘에 부담이 없는 데다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해도 보궐선거 없이 후순위 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표는 모든 총선 거취 관련 질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계양에서) 2년만 하고 옮기는 것보다 다시 도전해서 지역구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에서 누가 와도 승산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원 장관 출마설을 겨냥한 당내 견제구도 잇따르는 모습이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원 장관이 이 대표와 붙어 정치적 체급을 올리고 대선 후보로 가보겠다는 풍운의 꿈을 꾸고 있는데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면서 "우선적으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나 제대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소영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려놓겠다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조사를 수용하고 결자해지한 뒤에 하라"고 촉구했다. 또 "지금 맡은 직무도 해태하면서 국민을 위해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건 역대급 무책임한 인사가 무책임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라며 "고속도로 게이트와 관련해 옳다는 걸 증명하려면 경기 의왕과천에 와서 유권자 판단을 받으라"고 말했다. 경기 의왕과천은 이 의원의 지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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