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FIU, 특금법 확대 해석”…법조 일각 "재량 불수리 결정, 메뉴얼 배치" [가상자산 법률공백]

입력 2023-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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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금융권 수준의 규제 적용
"원화거래소변경 신고 불수리"
신고제에 재량 심사…법적으로 안돼
당국 요청에, 특금법 개정 발의했지만
내년 4월 총선에 국회 합의 불투명

금융당국과 소송에 나선 가상자산 업계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위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특정금융정보법’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법조계의 시각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한빗코는 이달 초 FIU로부터 원화거래소 변경 신고 불수리 결정을 받았다. 앞선 9월에는 FIU 제재로 인해 20억 원에 가까운 과태료와 기관주의 처분 등도 받았다. FIU는 한빗코의 원화거래소 변경 신고 불수리 이유로 △특금법상 다수의 자금세탁행위 등 방지의무 위반 사실 △자금세탁행위 등 방지체계의 구축 및 운영 능력 미흡 등을 꼽았다.

문제는 현행 특금법에 이런 요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금법 제7조 제3항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의 요건으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이용 △사업자에 대한 벌금 이상 형 종료 후 5년 초과 △신고·변경신고 말소 후 5년 초과 등을 나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앞선 4개의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거짓으로 조건을 만족한 것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FIU가 변경 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A법무법인은 “변경신고 시 금융당국이 심사하는 것은 ‘변경신고서 및 불수리 사유’로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FIU원장은 심사대상이 아닌 사항으로 변경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재량으로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 특금법령 및 변경신고 메뉴얼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사업자로서는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수리가 거부되는 것으로,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도 “특금법 제7조 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의 법적 성격이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 해당해 적법한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는 있다”면서도 “현 신고제도가 가상자산업을 독립된 업권으로 보지 않고, 최소한의 신고의무를 부과해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신고 불수리 사유 이외의 사유로 신고수리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 내놓기도 했다.

고팍스 관련 법률 분쟁은 특금법 제7조 제3항 제3호의 관계 법령 위반에 대한 해석이 핵심이다. 특금법 제7조 제3항 제3호는 53개의 관련 금융법률을 제시하며, 대표자 또는 임원이 해당 법률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FIU 원장이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파이피해자연대 대표를 맡은 심재훈 변호사는 대주주인 바이낸스와 미 규제 당국 간의 법률문제는 특금법상의 불수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금법에 제시된 법령은 국내법에 국한되므로, 바이낸스의 미국에서의 자금세탁·제재 위반 행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바이낸스는 고팍스의 대주주로, 바이낸스 측 인사는 현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심 변호사는 이런 시각을 재판부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 변호사에 따르면 9일 진행된 1차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특금법 제7조 제3항 제3호에 의하면 등기임원은 금융관계 법령에 위배되지 않으면 수리하게 되어 있다”면서 “만약에 이 법에 외국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면 그는 이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델리오측이 내세우는 쟁점은 특금법상 사업자의 범위이다.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 커스터디 사업자가 기준이라면서 가상자산 운용사로 현 특금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국회에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가상자산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우려가 상당한 자’ 등의 불수리 요건을 강화하는 특금법 개정안을 이달 내 발의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길지는 불투명하지만, 세 사업자 모두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 사업자 갱신 신고를 앞두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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