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내년 상반기 만기 10조 폭탄…수익률 ‘적신호’

입력 2023-11-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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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2021년 초 대비 44%↓…반등도 쉽지 않아
내년 상반기 만기 10조 넘어…투자자 발 동동

“내년 만기만 1억 원이 넘는데, 지금 지수 흐름에서는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당장 12월이 코앞인데 어떡하죠.”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HSCEI·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대거 만기 도래할 것으로 보이면서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에만 10조 원 가까이 만기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H지수는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이에 해당 ELS 상품에 투자한 개미(개인투자자)끼리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하소연하는 일도 늘고 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미상환 잔액은 지난달 기준 20조76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20조 원을 웃돌던 미상환 잔액은 3월 19조8804억 원까지 줄었었는데, 9000억 원 가까이 다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연초보다도 5000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ELS는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만기 전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만기일까지 보유했다면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기준(녹인·knock-in)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을 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즉 H지수 ELS의 미상환 잔액이 늘어난 건 H지수 가격이 하락해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물량이 늘었다는 뜻이다. 만일 이대로 해당 상품들이 만기를 맞으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ELS 가입 당시 가격의 60~70%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문제는 2021년에 발행된 H지수 추종 ELS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대거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상품들은 2021년 이후 조기상환에 계속 실패한 셈인데, 최근 부진한 H지수 흐름으로 내년 만기 때까지 녹인 구간을 밑돌아 손실을 볼 공산이 크다.

H지수는 2021년 초 대비 현재 44% 넘게 하락했다. 1만2000선을 넘었던 때 비해서는 반 토막 난 셈이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중 50개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 지수다. 텐센트 홀딩스와 알리바바그룹, 샤오미 등 우량기업이 다수 포함돼있어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사용됐지만, 중국 부동산 리스크와 경기 침체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영증권은 현재 ELS 낙인 발생 또는 손실 가능성이 큰 잔액이 약 14조 원으로, 이 중 대부분이 H지수 급락으로 발생한 것으로 봤다. 또 H지수 추종 ELS의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 금액은 약 10조 원 규모로 추측하고 있다.

중국 경기 전망이 어두워 H지수의 반등 가능성도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도 중국 경기는 불안정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불안정한 회복세로 정부와 인민은행의 추가적인 재정과 유동성 공급 정책이 기대되지만, 올해 정책의 효과를 감안하면 반등 모멘텀을 강화하기보다 경기의 하단을 강하게 지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국 주식시장이 연간 약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주요 지수의 예상 밴드로는 H지수의 경우 5600~6800포인트(p)로 제시한다”고 했다. H지수 ELS 투자자가 원금을 보장받으려면 H지수는 내년 상반기 내에 최소 7000선은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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