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횡재세와 노란봉투법, 시장을 죽인다

입력 2023-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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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10大 경제강국 키워낸 기업
부도덕·부정직한 집단으로 취급해
기업 때리는 정치권 통렬한 반성을

미국이 월남전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던 1967년, 이스라엘은 전격전으로 본래 영토의 6배나 되는 아랍의 땅을 점령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른바 ‘6일 전쟁’이다.

그후 워싱턴을 방문한 이스라엘의 모세 다얀 국방상에게 미국의 존슨 대통령은 승리의 비결을 물으며 미국의 장군(General)과 이스라엘의 장군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모세 다얀은 이스라엘의 모든 장군을 줄 테니 미국에서 두 명의 장군만 달라고 했다. GM(General Motors)과 GE(General Electric).

이 역사적 빅딜은 성립되지 못했다. 물론 농담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는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는 믿음이 있었다. 아무리 전쟁 중이었지만 기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다.

세계 2차대전 이후의 70여 년간 지구상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는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식민 지배에서 해방되었는데 한반도 남쪽에는 ‘경제적 기적’이 일어났다. 세계 최빈국에서 일약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경제사에 유례없는 압축성장이 이뤄졌다. 반면 한반도 북쪽에서는 ‘정치적 기적’이 일어났다. 세계 어느 독재자도 못했던 3대 세습의 꿈이 실현됐다. 그 새 경제는 퇴보를 거듭해 세계 최빈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단언컨대 이것은 기업의 유무에서 비롯됐다. 대한민국은 기업과 함께 태동했다. 시장경제를 국가경영의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귀속 재산을 민간에 불하해 기업이 키우도록 했다. 농지개혁도 ‘유상 몰수, 유상 분배’를 원칙으로 삼았다. 시장경제의 기본인 재산권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였다.

반면에 북한은 정부가 기업을 대신했다. 귀속재산은 모두 정부가 가져갔다. 생산의 근간인 토지도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해 정부가 재산권을 소유했다.

결과적으로 남한에서 기업이 중심이 되어 시장을 만들어 갈 때 북한은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없애버렸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가니 우리는 쌀이 남아돌아 걱정인데 지척인 북한에는 쌀이 없어 굶어 죽을 지경이 됐다. 교역이 되면 서로가 좋을 텐데 ‘정치적 기적’에 방해가 되니 이 또한 기대할 수가 없다.

인류의 발전도 기업의 등장과 함께 가속이 붙었다. 그 이전에 기업의 역할을 했던 정부와 군대가 있었지만 이들은 남의 것을 뺐어야만 내가 잘살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을 수탈했고 군대는 남의 나라를 빼앗아 식민지를 경영했다.

권력자가 배가 터져라 먹는 동안 국민은 주린 배를 움켜 잡아야만 했고 점령당한 식민지 주민들은 짐승 같은 대우를 받았다. 미국의 흑인노예가 그랬고 일제강점하 우리 징병, 징용, 정신대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성장 방정식이 생겨났다. 기업은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개인은 결코 성취할 수 없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 경제적 성과는 다시 사회로 돌려져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도 내가 잘살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는 기업을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다.

한국은 이런 면에서 시장경제의 가장 모범적 사례다. 우리나라가 성장했다고 해서 못 살게 된 나라가 있는가? 오늘날 인구가 5000만이 넘고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일곱 나라 가운데 우리는 식민지를 경영하지 않고 스스로 발전을 성취한 유일한 사례다.

소위 3050클럽의 다른 여섯 나라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모두 국가 발전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략했던 역사가 있다. 기업이 없던 시절에 잘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과 함께 탄생한 대한민국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기업의 존재는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횡재세’와 ‘노란봉투법’을 보면 기가 막히다 못해 분노가 치솟는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런 대접을 받을 만큼 부도덕하고 부정직한 집단이었던가? 설령 그렇다손 치더라도 기업을 때리는 정치권은 정말로 혁신적이고 정의로운가?

기업은 장난감이 아니다. ‘횡재세’는 기업 혁신을 가로막고 ‘노란 봉투법’은 기업가정신을 땅에 떨어뜨리게 할 것이다. 자유와 번영을 우리에게 가져다준 기업의 존재를 우리 스스로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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