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지연에 '소소위' 가동…'깜깜이 심사'에 쪽지예산 우려

입력 2023-11-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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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27일 소소위 본격 가동…김기현 22억·이재명 18.8억 예산 증액 요구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면서 여야가 비공개 협의체인 소(小)소위원회를 본격 가동한다. 예산안 법정기한(내달 2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쟁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동안 소소위에서 지역 선심성 예산이 '쪽지예산'의 형태로 반영돼왔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소소위를 열고 증액·보류 사업 심사에 돌입했다. 소소위는 국회 예결위 서삼석 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강훈식 의원 등이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소소위는 교섭단체 원내 지도부와 예결위 간사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협의체로, 국회법상 근거 조항이 없어 속기록도 남지 않고 비공개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그동안 '깜깜이 심사',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올해도 여야 대치로 심사가 지연되면서 결국 가동됐다.

소소위는 R&D 예산을 비롯해 새만금 관련 사업,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특수활동비, 원전 사업 예산 등 쟁점 예산에 대해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예결위는 지난 13일부터 9일 동안 16개 상임위원회 소관 60개 부처의 사업 663건을 심사해 감액은 총 277건에 6100억 원, 정부 원안 유지 106건, 보류 277건 등을 마쳤으며, 국회 증액 요구는 1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소위가 30일까지 논의를 마치지 못할 경우엔 국회법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내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예정이다.

상임위에서는 이미 정부안에 없거나 대폭 삭감됐던 예산들이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주도로 증액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8000억 원가량의 R&D 관련 내년도 예산 증액안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정부가 전액 삭감했던 지역화폐 예산 7000억 원을 증액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새만금 사업 예산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예산안보다 약 1400억 원이 증액됐다.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들도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대폭 증액이 요구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와 관련해 태화강역과 신복로터리를 연결하는 도시철도(수소전기트램)를 건설하는 사업 명목으로 22억 원의 신규 증액이 요구됐다. 이 사업은 올해 8월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한 이후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해 추진 중에 있으며, 내년 하반기 기본·실시 설계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증액이 요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와 관련해서도 도로 개설비로 총 18억8000만 원 증액이 요구됐다. 구체적으로는 인천 계양구 둑실동 중로 도로개설비로 9억8000만 원이, 계양구 선주지동 황어로 도로개설비로 9억 원의 증액 요구가 이뤄졌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옮긴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가람미술관 리모델링 예산으로는 20억 원의 증액 요구가 있었으며,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경북 지역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107억9100만 원 증액이 요청됐다.

소소위가 가동되면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슬쩍 끼워 넣는 '쪽지예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이같은 쪽지예산을 반영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예산 심의 과정에서 원내지도부나 예결위 간사 의원의 지역구 예산 증액은 일명 예결위의 소소위에서 논의되고 결정됐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며 "(국회가) 예산 증액을 결정하는 절차와 방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소소위를 통해 지역의 도로·철도 사업 등 올해 SOC 예산이 상당수 증액됐다. 나라살림연구소의 '2023년 정부 예산안 수정안 증액 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도 예산안 수정안에는 정부안에 없던 '민원성' 지역구 사업 관련 예산이 상당수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성일종(서산·태안)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와 관련된 대산~당진 고속도로 사업이 80억 원 새롭게 증액됐고, 송언석 당시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경북 김천) 사업인 김천~구미 국도건설 사업이 79억 원 늘었다.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우원식 의원(노원 을)도 노원 어린이 복합 체육문화센터 사업으로 27억 원 증액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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