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킬러 문항을 킬러라 부르지 못하고”

입력 2023-11-29 06:00 수정 2023-11-29 07:1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킬러 문항을 킬러라 부르지 못하고…”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입시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입시 업체들은 이 같은 반응을 줄곧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수능 5개월을 앞두고 ‘킬러 문항’ 배제라는 매우 이례적인 출제 지침을 내놓았지만, 수험생 설문·가채점 결과를 보면 “어려웠다”는 답이 90%에 육박한다. 교사들도 이번 수능이 ‘불수능’이라 불린 2022학년도 수준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번 수능 브리핑에서는 EBS에서 관련 보도참고자료까지 구체적으로 배포하면서 말 그대로 킬러문항이 배제됐다는 ‘일괄적 기사’까지 쏟아지게 됐다.

이는 EBS가 이번 모의평가에서 처음으로 국어·수학·영어영역 종료 후 출제경향 분석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일어났다.

EBS 대표 강사들은 이들 주요과목에서 킬러문항이 빠지고 공교육 연계성이 강화됐으며 과도한 추론·계산, 사전지식 요구가 없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공교육을 잘 따라가고 주어진 지문과 선택지를 꼼꼼하게 읽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킬러 없이 어떻게 변별력이 확보됐을 수 있다고 보느냐고 구체적인 예시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EBS측은 ‘공교육 철저히 받았으면 다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 식의 답을 했다.

마지막 영어과목 브리핑 때는 결국 기자들은 “모든 브리핑이 다 비슷하니 더 질문 나올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질문을 포기하기 모습도 보였다.

애초 킬러문항 자체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수능 출제의 핵심 기조로 제시하면서 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수학 22번 문제는 정답을 맞힌 수험생이 1.5%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당국은 단 한 개의 킬러 문항도 출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능 후 학원가는 벌써부터 입시 설명회가 한창이다. 수험생들은 킬러 없는 불수능에 사교육에 더욱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앞세운 ‘사교육 때려잡기’로 입시업체나 입시전문가들은 ‘킬러문항을 킬러문항’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주문으로 시작된 수능 혼란 등 불안은 억지로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신라면·빼빼로·불닭까지...뉴욕은 지금 K푸드 앓이중[가보니(영상)]
  • 수험생 정시 입결 활용 시 “3개년 경쟁률·충원율 살펴보세요”
  • 트럼프, 2기 재무장관에 헤지펀드 CEO 베센트 지명
  • 송승헌ㆍ박지현, 밀실서 이뤄지는 파격 만남…영화 '히든페이스' [시네마천국]
  • 강원도의 맛과 멋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단단단 페스티벌' 外[주말N축제]
  • 野, 오늘 4차 주말집회…‘파란 옷, 깃발 금지' 먹힐까
  • '위해제품 속출' 해외직구…소비자 주의사항은?
  • “한국서 느끼는 유럽 정취” 롯데 초대형 크리스마스마켓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5,927,000
    • -1.9%
    • 이더리움
    • 4,614,000
    • -2.37%
    • 비트코인 캐시
    • 737,500
    • +6.58%
    • 리플
    • 2,135
    • +10.56%
    • 솔라나
    • 358,600
    • -1.48%
    • 에이다
    • 1,502
    • +22.91%
    • 이오스
    • 1,062
    • +9.26%
    • 트론
    • 289
    • +3.58%
    • 스텔라루멘
    • 602
    • +54.36%
    • 비트코인에스브이
    • 100,300
    • +4.86%
    • 체인링크
    • 23,250
    • +8.7%
    • 샌드박스
    • 549
    • +10.6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