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만을 위한 IPO는 ‘독’…가치 높이는 전략 마련해야” [스페셜리포트]

입력 2023-12-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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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12-1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

IPO가 무조건 능사는 아닙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상장하면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용우<사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 단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IPO는 바이오기업의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장기적인 계획 없이 무작정 진입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치를 높여 인정받고 상장 후에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성공적인 IPO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코로나19를 전후로 활황기를 맞으며 다수 바이오기업도 상장에 성공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 기업은 보통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둔 기술특례 상장 제도로 자금을 조달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 도입 후 지난달 15일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모두 203곳이다. 이 중 54%인 109곳이 바이오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제 위기로 시장이 얼어붙고 투자 심리가 꽁꽁 얼며 IPO 시장도 위축됐다. 올해 코스닥 시장 공모액은 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8000억 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공모를 철회하거나 공모가를 낮춰 상장하는 것이 대다수였다.

김 단장은 “작년 상반기까지는 분위기가 좋았지만 하반기부터 시장이 경색됐다. 여기에 경기 침체가 맞물려 IPO 시장이 얼어붙었다. 투자자는 투자해도 수익을 얻는 방법이 없으니 투자도 어려워지고 공모도 힘들어졌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밸류를 받기 힘들어지고 공모를 철회하거나 가격을 낮춰 상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IPO 공모액은 1946억 원으로 작년(3485억 원)보다 44.2% 줄었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김 단장은 “벤처캐피탈이 시드 투자를 하면 8~10년 이내 상장시켜 엑시트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방향성이다. 그러나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해도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으니 투자도 어려워지고 공모도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단장은 IPO가 어렵다면 자금 조달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고 했다. 김 단장은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 좋다. 국내 제약사는 제네릭이 주요 사업 모델이다 보니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과 M&A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지금이 바이오기업들의 밸류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환경 개선과 관련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김 단장은 “정부는 자금이 경색되지 않게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하고,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여러 부분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적 투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은 시장에 신뢰감을 줘야 한다. 김 단장은 “신뢰가 회복되면 시장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투자자도 서로 투자하겠다고 나선다. 신뢰는 기술로 증명해야 한다”며 “기술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M&A, 기술이전 등 여러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투자 시장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내년에도 많은 바이오기업이 IPO에 도전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투자 시장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올해와 같이 IPO를 위해 몸값을 낮춰 상장을 강행하거나 상장 일정을 뒤로 미루는 기업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김 단장은 성공적인 IPO와 관련해 “무작정 IPO하는 것보다 기업의 가치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상장 후 이익이 나지 않으면 퇴출당할 수 있고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져 IPO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라며 “낮은 밸류로 상장하면 자금이 모이지 않을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단장은 “상장했다고 끝이 아니라 오히려 상장 후가 더 중요하다. 기업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상장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공모 자금만 조달한 꼴이 되고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상장 후에도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성공적인 IPO가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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