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코리아 프리미엄’의 꿈

입력 2023-1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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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든 현상은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그와 똑같은 크기의 에너지’를 동시에 갖는다는 것이다. 전류에는 양극과 음극이 있다. 자석에도 N극과 S극이 있는데, 신기하게 반으로 잘라도 양극은 다시 생긴다. 반대의 극성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고, 상처의 용수철은 스스로 팡팡 튀어 오르게 하는 힘을 품게 한다. 니체는 더 나아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고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도약’ 가능성 내재

이 렌즈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보자. 정반대 극성인 코리아 프리미엄의 기회를 품고 있다는 뜻이 드러난다. 잠깐 단순 계산만으로 피터팬 같은 꿈을 꿔보자. 지난 10년 내내 세계 40위권에 머물렀던 한국의 주주환원(배당과 자사주 매입) 수준이 10위권이 되고, 현재 20%대의 배당성향이 선진국처럼 40%대까지 향상될 수 있다면?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인 기업 거버넌스와 ESG의 개선으로 한국 PBR(주가순자산비율·0.9)이 개발도상국 수준(1.6)이나 선진국 수준(2.9)인 2~3배로 상승한다면? 현재 주가지수 2500 대비 엄청난 코리아 프리미엄의 현실까지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저평가된 시장을 재건한다고 생각해보자. 펌프나 우물에서 식수를 끌어올릴 때 수압이 떨어져 헛돌게 되면,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부어서 압력을 높인다. 바로, 마중물. 경제의 식수는 돈, 유동성이다. 인류는 1929년 경제대공황도, 최근 코로나 사태도 유동성이라는 마중물을 시작으로 극복했다.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는 항해도 마중물에서 시작할 수 있다.

골드만 삭스는 한국이 이르면 2024년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가능하며, 이 경우 최소 400억 달러 이상의 해외자금 유입과 코스피 지수도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 중인 마중물에 민간 주식시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채권시장에서도 꾸준히 노력 중이다. 정부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의 한국 편입을 위해 숱한 좌절 속에서도 계속 경주 중이다. WGBI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 한국 편입 시 국고채 국내 유입자금은 90조원을 예상한다.

그럼 마중물 다음 질문. 한국 회사들의 펌프나 우물은 생명수를 과연 지속 가능하게 끌어올려 줄 만큼 탄탄할까? 기업의 현주소는 자산가격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산의 가치를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능력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들의 시장 평가는 디스카운트될지언정, 양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의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차산업 등 신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까지 질적으로도 선진적으로 도약할 경우 S&P의 10년 평균 수준인 ROE 20%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의 재무적인 체력은 잘 가꾸어져 왔고 잠재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취약한 ESG와 거버넌스 극복해야

여기서 반대 극성, 한국 기업의 비재무적 인프라가 궁금해진다. 펌프나 우물의 재무적 하드웨어는 좋은데, 그 관리 상태는 깨끗한지 식수는 믿을 만한가의 문제다. 세련된 인테리어나 그릇, 양질의 식자재를 갖춘 식당에서 구매 경로와 조리과정은 감춰져 있고, 신선도가 떨어져서 신뢰가 안가는 경우 고객은 발길을 끊게 된다.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잘 갖추어진 정책과 시스템, 지속적인 성과 관리, 이를 투명하고 떳떳하게 공개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신뢰의 핵심이다.

주지하듯이, 코리아 딥 디스카운트의 바닥에는 질적 비재무적 요소라고 여겨왔던 기업의 ESG와 거버넌스가 있다. 탄탄한 바닥에는 솟구쳐 오르려는 의지나 목표 여부, 비즈니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려는 효과적인 방법의 모색에 따라 언제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반작용의 힘이 가능성으로 내재되어 있다.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

코리아 프리미엄을 꿈꿔 보자. 간절히, 꾸준히, 생생하게 상상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부의 크기는 믿음의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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