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0월 19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백 해소화 방안으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50일이 지난 지금까지 증원 방식과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만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전국 40개 의대 대상의 증원 수요조사를 실시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단순히 2025학년도 전체 증원 요구 인원이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이라고만 발표해서다.
의사 수 확대에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면 ‘얼마나 증원이 필요한지‘, ‘어느 지역에 배치해야 할지’ 등에 대한 계획을 세웠어야 한다. 증원 규모도 제대로 정하지 않고, 각 의대에 증원 규모 결정을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 증원이 필요하다면, 증원 인원을 결정하고 의대와 조율하는 게 우선이다. 의대가 요구한다고 모두 증원하는 건 의료계 주장처럼 과학적인 의사 인력 양성 정책이 아니다.
의사 증원이 자연스레 필수·지역의료 인력으로 충원되는 ‘낙수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정원 확대 후 지역에 남아 활동하게 할 수 있는 유인책이나,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지원 없이 인원만 늘리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두운 도로에서 안전운전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가로등을 설치하면 된다. 가로등이 부족한 지역은 어디인지, 배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검토는 필수다. 의대 정원도 다르지 않다. 의사가 어느 지역에 부족한지, 어떻게 해야 필수의료를 살릴지 면밀하게 살피고, 꼼꼼하게 설계해야 한다. 무작정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럴 경우 미래 의료 불확실성만 커지지 않겠는가. 무작정 가로등을 늘린다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밤에 낮과 같이 환해지겠지만, 지방은 여전히 어두운 환경에 놓이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의사협회를 필두로 한 의료계 반발도 일면 일리가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해 정부와 의료계간 합의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논의 과정을 무시했고, 의료계를 배제한 채 증원 수요조사를 발표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과 투쟁에 대한 합리적 근거만 제공한 셈이다.
구체적인 수치와 방안이 없다보니 의료계에 이어 교육계도 혼란에 빠졌다. 병원을 찾아 헤매는 소위 ‘응급실 뺑뺑이’가 여전한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보다 빠르게 구체적인 필수·지역의료 대책과 숫자를 내놔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 마련에 정부가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