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긴장 고조에도 노동력 부족
韓업체 4곳 랭크…전년 대비 0.9%↓
지난해 중국 주요 방산업체의 무기 매출이 증가했지만 미국은 감소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이날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지난해 무기 매출은 5970억 달러(약 779조 원)로 전년보다 3.5% 축소됐다.
이는 주로 군사력 세계 최강인 미국의 방산업체가 부진한 데 따른 영향이다.
상위 100대 방산업체 가운데 미국 기업은 42곳이었고 이들 무기 매출은 3020억 달러(394조 원)로 전년과 비교하면 7.9% 줄었다. 또 42곳 중 32곳의 무기 판매액이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미국 업체의 무기 매출 점유율은 51%로 여전히 압도적 1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본격화 등 전 세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지난해 무기와 군사 장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나 미국과 유럽의 무기회사들이 신규 주문을 받았음에도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인해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또 각국이 작년 연말에 신규 주문을 넣으면서 주문과 생산 간의 시차로 수요 급증분이 지난해 수익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난 티안 SIPRI 수석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신규 주문이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를 포함한 일부 미국 주요 기업이 지난해 신규 주문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생산 능력 확대의 어려움으로 수익은 아마 2~3년 후에야 회사 계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점유율 2위로 조사됐다. 1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은 8개이며, 이들의 매출은 1080억 달러(141조 원)로 미국에 이어 비중이 18%로 2번째로 높았다. 특히 중국 방산업체 8곳의 무기 매출이 전년보다 2.7% 확대돼 눈에 띈다.
중국 최대 방산업체인 노린코는 지난해 매출이 4.4% 증가한 221억 달러로 글로벌 7위를 차지했다. 중국 2위 무기 회사이자 군용 항공기 제조업체인 중국항공산업공사(AVIC)는 매출이 4.7% 증가한 206억 달러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중국 방산업체는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CSGC)로 지난해 매출이 65억 달러로 전년과 비교하면 12% 늘었다.
중국 정부의 무기생산 자립화 및 군 현대화 노력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단 SIPRI는 데이터 부족으로 작년 상위 100위 안에는 러시아 기업 2곳만 포함됐다. 이들 2곳의 매출은 208억 달러로 전년보다 12% 축소됐다. 러시아 기업의 투명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SIPRI는 전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은 4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들의 무기 매출 총 69억 달러(9조 원)로 0.9% 감소했다. 이는 주로 국내 최대 무기 생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매출 : 28억 달러, 글로벌 순위 48위)가 8.5%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LIG넥스원(17억 달러, 67위), 한국항공우주산업(16억 달러, 73위), 현대로템(8억 달러, 98위) 각각의 증감률은 16%, -7.8%, 13%로 집계됐다.
SIPRI는 한국 기업들이 폴란드 및 아랍에미리트와 대규모 무기 거래를 체결한 후 예약 주문이 급증해 향후 몇 년 동안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SIPRI 무기산업 데이터베이스는 1989년에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중국, 소련(현 러시아) 및 동유럽 국가의 기업에 대한 데이터가 제외됐다. 2002~2022년 현 버전 데이터에는 러시아 기업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중국 기업은 2015년부터 추산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