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카드깡" 광고 쏟아져도…제재 근거 없어 하세월 [악마의 덫, 불법사금융③]

입력 2023-12-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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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대부' 등 표현 없는 '불법 현금화' 광고 전단
전화번호 이용중지 대상 아냐…근절 노력 사각지대
금융당국 "범정부 TF서 제도개선 건의ㆍ논의할 것"

“빚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파멸적인 초고금리, 인신매매까지 불사하는 빚 독촉에 죽을 지경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상당수 서민은 여전히 불법 사금융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악질 사채업자들의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집요해졌다. 이들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조금만 눈을 돌리면 ‘쉽고, 빠르게, 비밀 보장’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사금융 척결’ 주문에 금융당국과 국세청, 경찰청 등은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 관계기관 외에도 정책금융기관과 시민이 직접 나서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훑어도’ 한계는 여전하다. 이에 본지는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서울 영등포전통시장 근처 길가에 있는 실외기에 '신용카드 현금화',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등에 대한 안내가 붙어 있다. '전화로 빠르게 즉시입금' '카드잔액 바로 현금 할부 OK'라고 쓰여 있다.  (유하영 기자 haha@)
▲서울 영등포전통시장 근처 길가에 있는 실외기에 '신용카드 현금화',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등에 대한 안내가 붙어 있다. '전화로 빠르게 즉시입금' '카드잔액 바로 현금 할부 OK'라고 쓰여 있다. (유하영 기자 haha@)

휴대폰 소액결제, 신용카드 현금화(카드깡, 폰깡) 등 '불법 현금화' 광고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는 불법 현금화 광고의 인터넷 주소(URL)를 차단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관련 광고에 표시된 전화번호 이용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고 개인정보 유출 혹은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본지 취재 결과, 휴대폰 소액결제와 신용카드 현금화 관련 오프라인 광고는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른 '전화번호 이용중지' 대상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3에는 1~3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전화번호 이용중지를 명할 수 있는 경우가 열거돼 있다. 이에 따르면 대부업법 제9조의6에 따른 전화번호 이용중지 요청이 있어야 한다. 해당 조항에는 대부업자 또는 여신금융기관이 아님에도 대부업 관련 광고를 한 경우, 시ㆍ도지사ㆍ금감원장ㆍ검찰총장ㆍ서민금융진흥원장 등이 과기부장관에게 해당 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에 대한 전기통신역무 제공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때 전화번호 이용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광고는 대부업자 또는 여신금융기관이 아님에도 대부업 관련 광고를 한 경우, 즉 '불법대부광고'에 국한된다. 전단에 쓰여 있는 사업자의 번호가 금감원 등록대부업체 조회 결과 미등록인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전단에 '대부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명확한 명시가 없으면 제재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불법금융광고 시민감시단 신고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서금원이 올해 시작한 '우리동네지킴이' 활동에서 불법 현금화 광고 전단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서금원은 신고 요건에 "전단에 '대부' '대출' '일수' '월수' '달돈'과 같은 용어가 쓰여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불법 현금화 광고전단 중에는 '대출' '일수' 등의 표현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기도의 한 상가 앞 기둥에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신용카드 현금화 등 '불법 현금화' 광고 전단 세 장이 붙어있다. 위에 두 전단은 '대출' '일수' 등의 표현이 없어 전화번호 이용중지 제재가 불가능하다. 반면, 맨 아래 전단은 '대출'이라는 표현이 있어 신고 및 제재 대상이 된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법 현금화 광고 전단에는 대부분 '대출'이라는 표현이 없다.  (유하영 기자 haha@)
▲경기도의 한 상가 앞 기둥에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신용카드 현금화 등 '불법 현금화' 광고 전단 세 장이 붙어있다. 위에 두 전단은 '대출' '일수' 등의 표현이 없어 전화번호 이용중지 제재가 불가능하다. 반면, 맨 아래 전단은 '대출'이라는 표현이 있어 신고 및 제재 대상이 된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법 현금화 광고 전단에는 대부분 '대출'이라는 표현이 없다. (유하영 기자 haha@)

문제는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신용카드 현금화 행위를 금감원이 이미 '불법금융정보'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정보통신망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신용카드 현금화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조치를 의뢰하고 있다. 다만, 이는 온라인 게시물에 국한돼 있다. 같은 불법금융정보가 오프라인 광고의 형태로 거리에 만연하지만, 이를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법 현금화 오프라인 광고전단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전화번호 이용중지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역무 제공의 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항목에 '불법 현금화'가 추가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그간 '해석상의 문제'로 불법 현금화 광고를 전화번호 이용중지 요청 대상에 추가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대부는 '등록 대부업자가 아닌 자가 대부업을 영위한다'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는 반면, 불법 현금화는 전단에 적힌 글의 내용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복잡해 전화번호 이용중지를 요청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단에 '대출'이 쓰여 있으면 곧바로 제재 대상이 되는 불법대부광고와 달리, 충분한 정보가 쓰여 있지 않은 불법 현금화 광고는 불법성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전화번호 이용중지는 자칫 개인의 통신 자율권을 제한할 수 있어 온라인 URL 차단과 달리 불법성 판단 및 제재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무적인 검토를 거친 뒤 과기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관계기관들과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향후 열릴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건의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오프라인 광고의 불법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12월 말이나 내년 1월 금융위, 금감원, 방심위, 과기부 등이 참여하는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TF' 회의를 한 차례 더 개최해 제도 개선 사항 등을 살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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