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vs 금, 산타는 어디에 베팅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12-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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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연합뉴스)
▲(UPI/연합뉴스)
가상자산 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산타 랠리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산타 랠리는 연말 자산 시장이 상승 랠리를 펼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 중에서도 ‘비트코인’의 질주가 심상치 않습니다.

4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4만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4시간 전 대비 5% 이상 오른 4만145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2021년 11월 7만 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은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와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영향으로 1만 6000달러대까지 폭락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3만4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는데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에 한 달간 상승세를 타면서 3만9000달러 선까지 오르기도 했죠.

5일에도 연고점을 경신했습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비트코인 가격은 4만225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후론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4만180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금값도 크게 상승한 겁니다. 4일 아시아 거래에서 현물 금값은 장중 온스당 2152.3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날 뉴욕 거래에서는 2.5% 급락해 2024.1달러로 마감하긴 했으나, 비트코인과 금 가격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죠.

이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금 중 어떤 게 더 오를지 궁금해하고 있기도 한데요. 두 자산이 동시에 초강세를 보이는 배경부터 전문가들의 전망까지 살펴봤습니다.

▲(UPI/연합뉴스)
▲(UPI/연합뉴스)
다시 살아난 비트코인…관련주도 ‘불기둥’

가상자산 시장 자체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965조 원을 넘어섰죠.

이중 대장주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고무적인데요. 비트코인이 4만 달러를 돌파한 건 1년 8개월 만입니다. 올해만 150% 넘는 상승률을 보이면서 테라·루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가격을 회복했는데요. 비트코인 상승세에 힘입어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도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가상자산 관련주들 흐름도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한화투자증권우는 5일 오전 9시 23분께 가격제한폭 최상단을 찍었습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29.89%)를 기록한 건데요. 1일 5740원에서 4일 7460원, 이날 9690원까지 가파르게 치솟았죠.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 5.97%를 갖고 있습니다.

하락 마감하긴 했으나,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기술투자와 가상자산 관련 기업인 위지트도 이날 장중 각각 5%, 9% 이상 상승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활황기를 띠는 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짙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1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우리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충분히 완수했다고 단정하거나 언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지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과소긴축과 과도긴축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신중히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하다면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도 했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차단하고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 건데요. 시장은 오히려 이 발언을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성향으로 해석했습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현재 통화정책이 균형을 찾았다고 말한 지점에 주목해 그의 발언을 재해석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겁니다.

여기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보상으로 받는 코인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내년 4월에 예정돼 있다는 점도 투심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내년 1월경 SEC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 상품이 허용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가 비트코인을 직접 살 수 있게 되고,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액도 늘어나게 됩니다. 또 비트코인의 반감기를 거치면 보상 수량이 절반인 3.125개로 감소하는데,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비트코인 가격이 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죠.

▲10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금이 판매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10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금이 판매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금값 사상 최고치…ETF 자금 유입도 활발

비트코인 가격뿐 아니라 금값도 크게 올랐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물 금값은 4일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 3% 넘게 급등하면서 온스당 2135.39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기존 최고였던 2020년 8월 7일 장중 최고치인 2075.47달러를 경신한 건데요. 이 역시 파월 의장의 발언을 시장이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입니다. 해당 발언에 따라 달러화 가치와 함께 미국 국채 이자가 크게 떨어졌는데, 이는 금값에는 호재와도 같죠. 금리가 낮아지면 무이자 자산인 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통상 금값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오를 땐 금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가 내릴 때 선호도가 커진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공격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진 것도 금값 상승세에 영향을 줬습니다. 이날 오후 들어 2080달러대로 상승 폭을 줄이긴 했지만, 금값은 최근 두 달간만 15%가량 올랐죠.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가 금값 상승에 동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급 준비금에서 금 비중을 높이면서 금 매입량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작년 한 해만 1100톤의 금을 사들였습니다. 이는 2010년부터 2021년 사이 연평균 금 매입량(473톤)의 약 3배 규모죠. 5월 WGC 조사 결과 전 세계 중앙은행 중 24%는 향후 12개월간 금 보유고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금 가격을 추종하는 인기 ETF 자금 유입도 활발했는데요. 로이터통신과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578억 달러(약 75조7989억 원) 규모로, 세계 최대 금 현물 투자 ETF인 SPDR 골드 셰어스는 11월에 10억 달러(약 1조3110억 원) 이상의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습니다. SPDR 골드 셰어스는 지난 5개월간 자금 유출을 기록했으나 11월에 순유입으로 전환했고, 특히 11월 자금 유입은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규모가 큽니다.

▲1월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월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비트코인·금값 전망은?…단기 가격 예측도 분분

시장에서는 당분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강세를 예상합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암호화폐 지갑 업체 레저의 파스칼 고티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CNBC와 인터뷰에서 “(2023년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강세장에 대비하는 한 해였던 것 같다”며 “2024년과 2025년은 매우 희망적인 분위기”라고 내다봤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주 다양한 ETF 승인에 힘입어 내년 말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찍을 것으로 예측했고, 디지털 금융 서비스 플랫폼 매트릭스포트도 내년 4월과 연말 목표가를 각각 6만3140달러와 12만5000달러로 각각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상승 전망에 낙관적인 건 아닙니다.

존스 트레이딩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클 오루크는 블룸버그에 “ETF 기대와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이 결합해 또 다른 투기적 광란을 불렀다”며 “ETF를 기다리다가 2만 달러 랠리를 놓친 사람들이 단지 ETF이기 때문에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동안 이 자산은 순전히 투기적 도박이며, 투기와 불법 자금 이체 외에는 진정한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단언했죠.

금값과 관련해서는 다수의 전문가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싱가포르 대화은행(UOB)의 시장 전략 글로벌 경제조사 책임자인 헝쿤 하우는 “금리 인하와 약달러 전망은 금값 상승의 주요 동인이 되고 있다”면서 내년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최대 2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바트 멜렉 TD증권 상품전략 책임자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수세가 가격 상승의 주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년 2분기 금값 평균은 2100달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스위스 귀금속 거래회사 MKS의 니키 쉴즈 금속 전략 책임자 역시 “금값이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내년 온스당 22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사상 최고치 기록은 지나치다며 단기 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안다 아시아퍼시픽의 켈빈 웡 시장분석가는 아시아 시장의 급등세는 “손절매 주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기적으로 금 가격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죠.

US 뱅크 자산 관리 그룹의 롭 호워스 수석 투자 전략 이사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금에 대한 단기적인 열기가 식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고, 옥타비오 마렌지 오피머스 CEO는 투자자들에게 금과 다른 자산군의 상승세를 좇지 말라며 “가장 큰 실수는 시장을 좇아가다가 큰 랠리와 큰 폭락을 겪은 후 인기 투자 종목에 하루 늦게 뛰어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비트코인과 금은 안정적인 우상향을 이어갈까요? 두 자산이 본격적인 산타 랠리에 진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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