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에 맞춰 국내 인프라 시설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50년 이상 낡은 과거 인프라 정책 대신 새 기후에 맞춘 정책을 설계하고 이를 종합해 관리할 컨트롤타워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기존 인프라 노후화에 대응한 체계 개선과 거버넌스 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대한토목학회는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국가 인프라 정책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인프라 시설문 안전 문제를 짚어보고 장기 정책 수립 전망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허준행 대한토목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고통받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가 인프라의 안정성 확보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학회와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합리적인 국가 인프라 정책 방향을 준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 위기는 세계적인 걱정거리로 한국은 최근 국지성 호우와 폭염, 산불로부터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며 “국토위도 매년 재난 재해로부터 안전한 주거환경.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제는 종합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좋은 정책 제언을 통해 제도 개선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 발제에선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국가 인프라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장(세종대 총장)은 앞으로 필요한 정책으로는 기후변화에 맞춰 정책을 세우기 위한 국가 보고서 작성과 노후 인프라 시설 재배치 등을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국가 기후변화 인프라 국가보고서를 작성해야 해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변화 전문가와 토목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서 공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 국가 리포트를 만들어 이를 여러 방면에서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력발전소 등을 포함한 인프라 시설의 재배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배 위원장은 “수십 년이 지난 만큼 현행 인프라 시스템이 적절한지 평가하고 최적의 이용 방안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인프라 정책 컨트롤 타워 설치와 국가 인프라 조사 및 평가 체계 수립을 위한 ‘국가 인프라관리위원회’ 신설 등을 조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장은 인프라 체계 통합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 강화를 제안했다. 김 원장은 “현행 체계는 부처 간 단절과 전담조직 부재 등으로 현안이 쌓였다”며 “또 지자체별 관리 자립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지자체 재정 자립도가 서울을 제외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지자체의 물리적 자원 지원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지자체 시설은 시민참여를 통한 문제 해결도 필요하고, 현행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유지 관리가 어려운 만큼 통합적인 체계 관리와 자산산가치 평가를 도입해 기반시설 관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공정식 대한토목학회 부회장(고려대 교수)는 “선수와 심판이 같은 현 기반시설물 관리 거버넌스는 문제가 있다”며 “학계와 정부 간 거버넌스 협력 및 변화가 필요하며 일관성 있는 유지관리 정책 수립과 시행을 위한 전문가 자문 기구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기후변화에 대응해 공사단가 인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영준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상무는 “기후변화는 건설현장에서 안전과 보건 비용 증가, 구조물 품질, 기상 피해 등으로 자재의 대량 소모를 요구하고 이는 곧 현실적인 공사단가 문제로 이어진다”며 “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간 주도 기술 개발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