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아니었나요?”…돈 들어온다는 은행 달력 구하기 ‘특명’ [요즘, 이거]

입력 2023-12-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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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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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면 돈 들어온대!”

새해를 향한 디데이가 시작된 12월, 사람들의 발길이 쏠린 곳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백화점일 거라고요? 아닙니다. 연말 공연이 펼쳐지는 콘서트장? 역시 아닌데요. 이들 공간보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은행’이 주인공인데요.

사람들이 은행으로 향하는 건 금융기관 달력이 ‘금전운을 높인다’는 속설 때문입니다. 한 번쯤은 벽에 큼지막한 은행 달력이 붙어 있는 모습을 봤을 텐데요. 그 달력, 어느새 귀한 몸이 됐습니다. 은행 달력을 직접 구하기 위해서는 ‘오픈런’을 달려야 하고, 달력 재고가 남아 있는 지점을 수소문해서 찾아가거나, 심지어 웃돈을 주고 사야 한다고도 하죠.

은행 달력을 걸어놓고 싶다면 한시라도 빨리 은행에 달려가야 할 것 같은데요. 새해가 가까워질수록 온라인상에서도 은행 달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달력 배포를 시작했습니다. 책상이나 침대 머리맡에 올려놓을 수 있는 탁상용 달력부터 큼지막한 벽걸이 달력을 나눠주고 있는데요. 달력 배부 시점과 기준은 은행 영업점마다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통상 11월부터 12월까지 달력을 배부하곤 합니다. 은행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달력을 주는 곳도 있고, 해당 은행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 달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예치 자산이 많거나 실적이 높은 고객을 위해 따로 물량을 빼두는 영업점도 있다고 하죠.

이에 이 시기 은행에는 달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집니다. 거래가 끝나고 수줍게 “저… 혹시 달력 받을 수 있을까요?” 묻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달력을 받기 위해 계좌를 새로 만드는 고객도 있다는 후문이죠.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서만 달력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달력 배부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지난달 초 자사 앱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달력 응모권을 제공해 달력 일부를 배부했습니다. KB국민은행도 자사 앱에서 달력 신청자를 받고, 추첨을 진행해 달력을 제공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달력은 한 번 책상에 놓이거나 벽에 걸리면 1년 내내 사용됩니다. 홍보 효과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건데요. 이에 은행들은 인기 브랜드, 작가와 협업해 색다른 달력을 제작하거나 자사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SC제일은행은 일러스트 작가 굴리굴리(GOOLYGOOLY, 김현)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한정판 달력을 제작했고요. 하나은행도 현대미술 작가 에디강(Eddie Kang)과 협업한 달력을 내놨습니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의 대표 캐릭터 스타프렌즈를 달력에 담았습니다. 달력뿐 아니라 카페 브랜드 노티드(knotted)와 협업한 한정판 다이어리 키트도 선보였는데요. 파스텔톤의 색감과 노티드의 인기 캐릭터 ‘슈가베어’를 활용해 눈길을 사로잡았죠.

아쉬운 소식은 대다수 은행이 배포하는 달력 부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은행별로 무려 300만~500만 부가량 달력을 찍어냈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반토막 이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당장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달력 제작 부수가 505만 부였죠. 스마트 뱅킹 활성화로 은행 방문 고객이 점차 감소하고 있고, ESG 경영 일환으로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비용 절감의 취지가 크다는 분석입니다.

은행 달력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허탕을 치고 오는 이들도 여럿이었는데요. 아쉬운 마음이 너무 큰 탓이었을까요? 각 은행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무료 배포한 것이지만, 은행 콜센터에는 ‘달력을 왜 안 주냐’ 등의 민원까지 들어온다는 전언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줄어든 공급과 빗발치는 수요로,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도 은행 달력이 등장했습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플랫폼에서는 은행 달력이 1부에 1000원부터 2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무려 5만 원대에 올라온 달력도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은행의 탁상형 달력 거래가 많이 발견됐는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기 가수 아이유가 탁상형 달력 모델로 등장했기 때문이었죠.

실로 아이유 팬카페에는 “지인 덕분에 아이유 달력을 받았다”, “우리은행 달력이 특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어렵게 구했다” 등의 반응이 속출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올해 달력 부수를 소폭 늘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다시 늘어난 수요를 고려해 발행 부수를 늘린 건데요. 그럼에도 온라인상에는 ‘아이유 달력’ 중고거래가 활발히 오가는 중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 달력도 인기입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동료가 ‘꼭 부자 되라’며 한국은행 달력을 보내줬다”, “한국은행 달력 효험(?)이 끝내준다고 한다”, “한국조폐공사 달력 구해요” 등 다양한 글이 게재됐는데요.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달력을 대중에 판매하기에도, 대량 제작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구하는 게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한국은행 달력은 수요가 많아 매년 SNS를 통해 추첨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마침 어제(6일) 2024 캘린더 세트를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공지한 터라, 공식 SNS 계정을 확인해봐도 좋겠습니다.

이 같은 금융기관 달력이 인기를 끄는 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만은 아닙니다. 은행의 벽걸이 달력은 시원시원한 여백과 큰 글씨로 구성돼 읽기도 쉽고, 음력과 절기까지 표기돼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종이도 두꺼워 이면지로 활용하기에도 제격인데요. 한 달이 지나갈 때마다 북북 찢거나 넘기는 즐거움도 있죠. 실용적인 데다가 걸어두면 돈이 들어올 수도 있다니, 인기가 많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간단한 일정과 날짜는 스마트폰 속 캘린더 앱을 통해 확인하는 요즘이지만, 새해 달력 속 공휴일에 동그라미를 치는 재미는 앞으로도 이어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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