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국 '일대일로' 공식 탈퇴 “국가적 성과 적어”

입력 2023-12-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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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총리, 중국 정부에 탈퇴 의사 전달
부총리 “참여 안 한 국가 성과가 더 낫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서 거리 두기 조짐
미국 주도 IMEC에 중동 영향력도 줄어

▲이탈리아가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에서 탈퇴를 결정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오그라드/AP뉴시스
▲이탈리아가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에서 탈퇴를 결정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오그라드/AP뉴시스

이탈리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공식 탈퇴한다. 유럽연합(EU)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불러 경제 협력을 도모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대적인 경제적 야망도 첫 번째 걸림돌에 직면했다. EU는 물론 다른 국가의 추가 탈퇴에 관심이 쏠린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중국에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총리실은 아직 공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로마의 한 행사장에서 “해당 협정으로 우린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이 더 나은 성과를 냈다”며 사실상 탈퇴를 인정했다.

앞서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기 위한 투자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2019년 발효돼 내년 3월까지 유효한 상태였다. 이탈리아는 이달까지 계약 갱신 여부를 정해야 했고, 고심 끝에 중국과 갈라서기로 했다.

앞서 멜로니 총리가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던 터라 이탈리아의 공식 탈퇴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가입한 국가였던 만큼, 상징적 의미가 컸다. 나아가 최근 다른 참여국 사이에서도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 중국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례로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 일부가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서방의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개발도상국이 중국에 막대한 자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경제위기에 처하는, 이른바 ‘부채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와중에 선진국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국 정상들의 포럼 불참은 악화한 관계뿐 아니라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시작한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회의론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공들이고 있는 중동에서도 일대일로의 영향력은 점차 줄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때문이다.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IMEC는 각국 철도와 항만을 연결하고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에너지를 교역하는 게 골자다. 과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진짜 빅딜”이라고 소개했고, 칼리드 빈 압둘아지즈 알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장관은 “역사적”이라고 평했다.

일련의 우려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7일 베이징으로 EU 사절단을 초대해 경제협력 강화를 도모했다. 그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은 호혜적 협력의 파트너가 돼야 하며 끊임없이 상호 정치적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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