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과거와 현재의 시선 ‘TV붓다’

입력 2023-1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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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1974년作>

부처님, 석가, 세존, 석존, 붓다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dhartha)의 주요 질문 중 하나는 세상의 고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 불교철학과 맞닿은 지점에서 고민을 했던 많은 예술가들은 붓다를 작품의 오브제로 활용하곤 했는데 그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백남준의 ‘TV붓다’ 시리즈다.

서양예술사에 비디오아트라는 사조(ism)를 한국인 최초로 창시한 비디오 설치 미술의 선구자인 백남준(1932~2006)이 고안한 이 시리즈 작품들은 카메라와 TV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불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기술의 아이콘인 카메라와 TV 그리고 사색과 깨달음의 상징인 부처의 구성은 첫눈에 다소 장난스럽기도 하다. 부처는 TV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카메라는 부처를 응시하는 이 작품을 두고 혹자는 자아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끊임없는 응시 경쟁을 벌인다고 평한다.

해당 작품의 부처는 폐쇄회로 카메라로 촬영된 TV화면에서 자신의 실시간 이미지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자신의 모습에 매료된 나르시즘에 빠져든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피식 나오기도 한다. 자칫 달리 보면 부처가 자신의 무한 재생인 폐쇄회로 TV 화면 속 이미지 루프에 영원히 갇힌 운명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해당 작품에 표현된 부처는 무드라(mudra)라는 상징적인 손짓을 하고 있는데, 이 자세는 고요한 명상을 위한 수행 자세를 일컫는다.

TV붓다 작품은 1974년 미국 뉴욕의 갤러리아 보니노(Galeria Bonino)에서 열린 네 번째 전시에서 최초로 탄생했다. 오프닝 직전에 백남준은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한 불상으로 TV 시청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후 비디오 카메라가 추가되었고, 그렇게 동양의 신과 서양 미디어의 만남은 과거와 현재의 시선 속에서 서로를 응시하게 된 것이다. 미국 테이트모던,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스미스소니언미술관,와타리현대미술관 등에서 회고전을 열었던 그의 이 작품은 소더비 미술경매에서 3억 원에 팔렸으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술 컬렉션 작품으로 분류된다. 백남준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퐁피두센터, 구겐하임, 휘트니, 루이지애나, 카스텔로디리볼리, 시카고 그리고 스톡홀름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리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백남준의 설치 영상 작품인 TV붓다를 논할 때 그의 미적 정신이 선불교의 미학에서 비롯됐음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움직임과 고요함에 몰두했던 그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중요시하는 선불교의 미학을 추종했는데, 이는 곧 기존 관습의 초월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부처가 TV를 통해 자신을 성찰한다는 나름 진지한 주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자기 몰입과 자신의 이미지에 몰두하는 SNS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의 허영심을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더불어 기술과 미디어가 끊임없이 24시간 감시한다는 경각성 메시지도 동시에 던진다. 이렇게 다중적 의미를 던지는 백남준의 TV붓다 작품은 백남준의 장난스러움과 유쾌함이 엿보이는 성공적인 메시지 전달형 작품이다.

최근 백남준에 관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달은 가장 오래된 TV’가 전국 극장가에 개봉을 했고 백남준의 초기작인 ‘시스틴채플’이 서울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전시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의 백남준 특별전 ‘세상에 없던 예술’이 전국의 예술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들뜨기 쉬운 연말연시 백남준 작품을 통해서 자기성찰을 도모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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