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35유로로 장보기

입력 2023-1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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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을 해 보면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을 심심찮게 한다. 입에 풀칠하기도 벅차니 외식과 여가생활은 사치란다. 물가가 뛸수록 그 충격파는 서민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라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올 만도 하다.

이곳 포르투갈에서도 물가 때문에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정부가 지난 4월18일부터 주요 식품 46개 품목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면서 식탁물가는 일정부분 안정을 보였는데, 부가세 면제 조치가 올해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부터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소비자단체는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보다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크라우드 소싱 데이터베이스 업체 NUMBEO에 따르면 올해 중반 기준 국가별 생활비 지수를 조사한 결과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27위였고 생활비와 임대료를 합산한 지수에서도 21위였다. 서유럽 국가로 보면 최하위 수준이고 일부 동유럽 국가보다도 순위가 낮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미국 출신 은퇴이민자는 날씨 좋고 치안이 안정돼 있고 물가가 싸다고 포르투갈 생활에 만족해한다. 미국에서 연금을 받아 포르투갈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포르투갈의 물가가 정말 만족할 정도일까? 생각난 김에 우리나라 돈 5만 원쯤 되는 35유로로 대형마트에서 식재료를 담아봤다<사진>. 코카콜라 6캔(4.35€), 과일주스 200ml 12팩(3.74€), 계란 12구(2.34€), 쌀 3kg(3.9€), 돼지고기 목살 610g(4.05€), 피망 2개(1.29€), 상추 340g(0.86€), 양파 1.5kg(2.69€), 사과 1.5kg(2.99€), 식빵(2.02€), 초코빵(1.49€), 레드와인(4.99€). 모두 합하면 34.71유로. 유로당 환율을 1415원으로 적용하면 4만9100원 정도다.

얼핏 보기엔 식료품이 싼 것처럼 느껴지는데 포르투갈 사람들 입장에선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물가는 그 나라 국민의 소득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 820유로로 인상했다(포르투갈은 연간 급여를 명절급여 2개월치 합산 14개월치 지급. 12개월 기준 최저임금 956.66유로). 종전 760유로에서 단숨에 7.8%를 올린 것으로 역대 가장 큰 인상폭이란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 내년도 월환산 최저임금 206만 원보다 70만원 적은 금액이다.

따져 보면 이곳 물가도 서민들이 빠듯하게 생활할 정도 그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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