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거듭할수록 농익어 가는 ‘어나더 레벨’··· 벤츠 S400d 4MATIC [시승기]

입력 2023-1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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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벤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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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다”

운전석에 앉아 처음 든 생각이다. 나름 좋은 자동차를 많이 타봤다고 생각했는데 벤츠 S클래스 400d 4MATIC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화려함으로 탑승객들을 맞이한다. 손 닿는 곳, 눈이 머무르는 어느 한 곳도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아 럭셔리를 넘어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자동차에 대한 관념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실내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중앙과 계기반에 위치한 대형 디스플레이다. 시야각과 빛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선명한 12.8인치 OLED 센트럴 디스플레이는 차량과 편의 기능을 한층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운전석의 12.3인치 3D 계기반은 주행 중 주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내장된 카메라로 운전자의 눈꺼풀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시속 20km 이상으로 주행 시 위험이 감지되면 시각 및 음향 경고 신호를 통해 졸음 운전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네비게이션에 눈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바로 경고음으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S-클래스의 7세대 완전 변경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Mercedes-Benz S-Class)’는 2020년 9월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최초 공개된 후, 2021년 4월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2년하고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보적인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차를 처음타면서 느꼈던 화려함은 편안하면서도 탄탄한 주행감으로 이어졌다. 효율과 성능을 두루 만족시키는 3.0리터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벤츠 S400 d 4MATIC(Mercedes-Benz S 400 d 4MATIC)는 330마력의 출력과 71.4kg.m/rpm의 막대한 토크로 2톤이 넘는 차를 몰아붙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높은 토크는 고속주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국내 고속도로 제한속도에서는 1500RPM을 넘을 일이 좀처럼 없다. 이는 좋은 연비로 직결된다. 실제 800KM 가까운 시승에서 리터당 17KM를 넘어서는 연비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가까운 연비를 눈으로 보면서 ‘이 덩치 크고 힘센 자동차가 이런 연비를 보일 수 있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보통 차의 50~60KM의 속도감이라고 하면 체감이 될까? 뒷자리에 앉은 아내가 실제 속도를 보고 놀라는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사진제공=벤츠코리아)
(사진제공=벤츠코리아)

이처럼 제한속도를 훌쩍 넘어서는 초고속 영역에서도 실내는 평온했고 급브레이킹에서도 차체의 앞부분이 주저앉는 노즈다이브는 극도로 억제돼 있었다.

이는 기본으로 탑재된 에어매틱(AIRMATIC) 서스펜션의 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노하우가 집약된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어떠한 도로 환경에서도 쾌적하고 고급진 승차감을 제공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면도로에 많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다. 요즘 말로 순삭(순간삭제)라는 표현 외에는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과속방지턱을 ‘투둑’하는 수준으로 지나가 버린다. 방지턱마다 차가 요동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운전의 피로감이 확연이 줄었다.

또한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은 불규칙한 노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각 휠을 개별적으로 통제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정교한 센서를 바탕으로 한 셀프 레벨링 기능은 고속 주행 혹은 스포티한 주행 시 차체를 자동으로 낮춰 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핸들링과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을 운전자나 동승자는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고 재빠르게 차가 알아서 한다.

피로감을 줄이는 데는 시트도 한 몫한다. 질 좋은 가죽과 크고 두툼하게 만들어진 시트는 시승 내내 극도의 만족감을 안겨 줬다. 생각보다 차량의 실내가 넓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등받이와 좌방석의 크기와 두께를 감안하면 충분히 넓고 마치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실내 공간이 넓다는 차들 상당수는 좌방석의 길이를 짧게 해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벤츠 S클래스의 시트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야간 주행시의 디지털 라이트(DIGITAL LIGHT) 역시 압권이다. 헤드램프당 130만 이상의 픽셀로 이뤄진 프로젝션 모듈과 84개의 고성능 멀티빔 LED 모듈이 적용된 고해상도 조명 시스템을 탑재한 디지털 라이트는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헤드램프의 픽셀 밝기를 주행에 최적화되도록 조절해 보다 안전한 운전을 지원한다. 운전자는 스위치만 오토로 해 놓으면 차량이 알아서 빛이 필요한 곳에 조사해 준다. 아무 빛도 없는 깜깜한 국도 길에서는 압도적인 밝기로 시야를 확보해 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사진=송영록 기자 syr@)
(사진=송영록 기자 syr@)

최근 트렌드에 맞게 반자율 주행 역시 빼놓지 않았다. S-클래스 전 라인업에는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Driving Assistance Package)’가 기본 탑재됐다.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시트(Active Brake Assist)에는 전방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보행자와 맞은편 도로 차량에 대한 감지 기능이 추가됐으며,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Evasive Steering Assist)는 전방에서 저속 주행중인 차량이나, 정차 중인 차량도 감지한다. 사실 요즘 어지간한 자동차에는 모두 탑재된 기능이지만 S 클래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작동이 몹시 자연스럽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급하게 가속하거나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동해 이질감이 크게 없었다.

특히 외관은 개인 호불호가 큰 부분이지만 S400d 4MATIC에는 AMG 라인(AMG Line) 외장 패키지가 기본으로 적용돼 AMG 특유의 디자인 요소를 포함해 대형차임에도 스포티함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사진=송영록 기자 syr@)
(사진=송영록 기자 syr@)

이 밖에도 차량 전면에는 다목적 카메라, AR 내비게이션 카메라, 360도 전면 카메라 및 중장거리 레이더를 포함한 첨단 요소들이 대거 탑재되어 있으며, 크롬으로 둘러 싸인 전면 라디에이터와 대형 공기 흡입구는 S-클래스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전면부 인상에 강한 개성을 부여한다.

특히 새롭게 적용된 플러시 도어 핸들(flush-mounted door handle)은 S-클래스의 외관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며, 편의성을 제공한다.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도어 핸들 표면을 만졌을 때 돌출되며, 차가 출발하거나 차 문이 잠기는 순간에는 자동으로 원위치로 돌아간다. 차량 근처에서 키가 감지되면 작동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문을 열 수 있어 주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시장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S클래스의 가치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차량 본연의 기본기에 더해 최첨단 기술이 더해지며 여전히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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