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급증에 무너지는 캐나다 드림...떠나는 사람 늘어 [글로벌 생활비 대란]

입력 2023-12-10 16:00 수정 2023-12-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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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만3818명 캐나다 떠나
이민자 비중 90년대 중반 0.2%서 현재 0.09%
난민으로 왔다가 아파트 임대료 부담에 떠날 채비

▲캐나다 밴쿠버의 한 교회에서 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기념 만찬을 즐기고 있다. 밴쿠버(캐나다)/신화연합뉴스
▲캐나다 밴쿠버의 한 교회에서 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기념 만찬을 즐기고 있다. 밴쿠버(캐나다)/신화연합뉴스
한때 이민 가기 좋은 나라로 평가받던 캐나다의 명성이 치솟는 생활비 속에 점차 퇴색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민 정책을 도구 삼아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려 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약 4만2000명이 캐나다를 떠났다. 2021년 8만5927명이었던 유출은 지난해 9만3818명으로 늘더니 올해도 만만치 않은 속도로 늘고 있다. 전체 이민자 가운데 캐나다를 떠난 이민자의 비율은 2019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국민 중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1990년대 중반 0.2%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0.09%에 머무는 수준이다.

캐나다를 떠나는 이민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국경 봉쇄 기간 줄었다가 최근 다시 느는 추세다. 캐나다로 들어오는 이민자 수에 비하면 여전히 극히 일부에 해당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유출에 당국자들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를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임대료를 비롯해 치솟은 생활비를 이유로 꼽았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캐나다에선 평균적으로 가계 소득의 약 60%가 주거 비용에 들어간다. 캐나다 왕립은행(RBC)이 발간한 9월 보고서 기준 이 비중은 토론토에선 80%, 밴쿠버에선 98%까지 커졌다.

지난해 홍콩에서 난민 자격으로 들어온 한 시민은 “지하에 있는 방만 임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홍콩에서는 월급의 3분의 1 정도를 저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돈을 소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때 급격하게 늘어났던 이민자로 인해 주택 공급이 부족해진 점이 현 상황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트뤼도 정부는 2025년부터 신규 이민자 유입을 매년 50만 명으로 제한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토론토대의 필 트리아다필로풀로스 정치학 교수는 “이민자들이 캐나다 현실을 경험한 후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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