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의 '굉음', 보이지 않는 '불꽃'…수소 안전 선두 달린다 [르포]

입력 2023-12-11 11:13 수정 2023-12-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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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수소충전 밸브 공인인증기관…인증기간 절반인 2~3개월로 단축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직경 20m·높이 20m 아시아 최대 규모 연소시험동
세계 두대 뿐인 1200바(bar)급 시험 장비
장성수 센터장 “국민의 수소 충전소 막연한 불안감 해소 위해 검증 또 검증”

▲수소 제트 화염 실증시험 모습. 소수 불꽃이 보지지 않지만 빨간색 원 안 아지랑이 현상이 관측된다. 노란색 원 안은 수소제트화염장치. 영월=박병립 기자
▲수소 제트 화염 실증시험 모습. 소수 불꽃이 보지지 않지만 빨간색 원 안 아지랑이 현상이 관측된다. 노란색 원 안은 수소제트화염장치. 영월=박병립 기자

KTX가 지나갈 때 들리는 굉음, 연소시험인데 불꽃은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내 뒤편 특수 패널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몇몇 기자들이 “뒤쪽에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네”라고 말했다. 8일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의 소수 연소 시험 현장 모습이다. "연소하는 소수의 불꽃은 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뒤편으로 무엇인가 보이시죠, 수소 연소 불꽃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현장에 있던 센터 관계자가 귀띔했다.

야외시험장에서 진행된 시험은 ‘수소 제트 화염 실증시험’으로, 최대용량 700바(bar)인 수소탱크에 작은 구멍을 내 불이 붙었을 때 화염이 얼마나 확산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시험 데이터는 추후 수소탱크 관련 안전기준 정비에 활용된다.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전경. (사진제공=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전경. (사진제공=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는 2012∼2016년 총 305억 원을 투입해 영월군 주천면 13만㎡ 부지에 5507㎡ 규모로 건립됐다. 2010년 서울에서 있었던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 사고를 계기로 검증과 시험 등을 통해 이런 폭발·화재 사고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2019년 10월 세계 최초 수소충전소 밸브 공인인증기관으로 지정됐다. 기존에 수소충전소 밸브 인증은 약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 센터가 24시간 밸브 공인시험 시스템 구축해 기간을 2~3개월로 단축했다.

센터는 본관동과 초고압시험동, 방호인증시험동 등 9개 시험시설 및 관련 시험 장비·설비 123종, 147점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의 파워테크(Powertech), 일본의 자동차연구원(JARI)과 수소에너지시험연구센터(Hy-TReC), 독일의 연방물질시험연수소(BAM), 스위스의 화생방 방호 시설인증기관 ‘SPIEZ’ 등 세계적인 인증실험기관 5곳과 어깨를 견주려한다.

▲연소시험동 내부 모습. 내부 벽면이 그을음 자국으로 가득하다. 영월=박병립 기자
▲연소시험동 내부 모습. 내부 벽면이 그을음 자국으로 가득하다. 영월=박병립 기자

직경 20m, 높이 20m의 연소시험동은 아시아 최대 규모 연소시험동. 입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서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돔형태의 지붕구조를 하고 있는 연소시험동 내부 벽은 온통 그을음 천지다. 전달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진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60킬로와트(㎾) 배터리팩 연소실험을 한탓에 냄새가 더 심하다고 센터 관계자가 말해줬다. 이 관계자는 “ESS 배터리는 과충전 등으로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면서 화재가 날 수 있다”며 “강제로 발열 조건을 만들어 화재 원인과 불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연소하는 양상과 시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가스시험동에 있는 1200바(bar)급 시험 장비는 세계에서 2대뿐인 장비 중 하나다. 이곳에선 수소충전소용 밸브 등의 KS 인증을 위한 반복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수소 950기압(atm)으로 총 10만2000회 반복 가압을 실시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이곳에선 간발의 차이가 3개월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10만2000회의 반복 시험은 약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한 기업이 간발의 차로 신청이 늦어져 3개월 뒤 시험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선 방호 관련 시험·실증도 수행한다. 국방 등 국가 주요 시설물의 방호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시험 시설에 방호문 등을 고정해 놓고 TNT 125㎏의 폭발력을 가한 뒤 제품이 방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검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가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보호해야 하는 기업들이 공장 격벽을 방호벽으로 설치해야 하는 필요성 등으로 최근엔 기업 시험 의뢰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훈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부장(오른쪽)이 ESS 과충전 시험 촬영분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영월=박병립 기자
▲이동훈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부장(오른쪽)이 ESS 과충전 시험 촬영분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영월=박병립 기자

장성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장은 “정부정책으로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1200여 기가 보급될 예정인데 수소충전소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 해소하기 위해 엄격한 인증을 진행하겠다”며 “수소 분야 외에도 초고압·화재폭발·방호 분야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요구사항에 부응하기 위해 검증과 검증을 통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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