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영화관…콘서트·스포츠 중계로 '단체 관람' 욕망 깨운다

입력 2023-12-11 15:00 수정 2023-12-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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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관람 즐기기 위해 극장으로 모이는 사람들…세대 불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25만…올해 공연 실황 영화 흥행 1위
콘서트·스포츠·게임 등 장르 불문 스크린으로 구현
'극장에서의 체험', '새로운 팬덤 형성', '가격 경쟁력' 등 요인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프로모션 스틸컷. 관객들이 CGV 스크린X로 임영웅 공연 실황을 관람하고 있다. 스크린X란 CGV와 KAIST가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전면을 넘어 양쪽 벽면까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상영관이다.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프로모션 스틸컷. 관객들이 CGV 스크린X로 임영웅 공연 실황을 관람하고 있다. 스크린X란 CGV와 KAIST가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전면을 넘어 양쪽 벽면까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상영관이다.

영화관이 진화하고 있다. 콘서트·스포츠·게임 생중계 등 영화가 아닌 장르를 대형 스크린과 뛰어난 음향으로 재구성해 관객들의 '단체 관람' 욕망을 자극하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11일 영화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콘서트·스포츠·게임 장르의 '극장행'은 산업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올해 3월 개봉한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대표적인 예다. CGV에서 스크린X로 단독 개봉한 이 영화는 누적관객수 25만 명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4대 카메라로 촬영돼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앵글로 특별한 관람 경험을 선사했다.

영화를 2번이나 관람했다는 박준혜(49) 씨는 "콘서트에서 직접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편안한 의자에서 가수의 얼굴을 대형 스크린으로, 여러 각도를 통해 보는 게 흥미로웠다"며 "사운드 역시 현장감을 잘 살렸다. 가족들과 1번, 친구들과 1번 관람했는데, 임영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티켓값도 콘서트보다는 저렴해 부담이 적었다"고 후기를 전했다.

올해 아이유, BTS(방탄소년단), 김호중의 공연 실황 영화도 공연장의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는 9만7000여 명,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는 9만2000여 명,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은 4만여 명의 관객수를 동원했다.

CGV 관계자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각 소속사에 제안하고 있다"며 "제작 방식을 두 가지로 구분하면, 기존 콘텐츠를 편집해 극장판으로 제작하거나 최초 기획부터 참여해 극장용 콘텐츠를 직접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경기를 20곳에서 상영했다. CGV는 한국 시리즈 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롯데시네마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경기를 20곳에서 상영했다. CGV는 한국 시리즈 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 밖에도 '게임', '야구', '축구' 생중계도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CGV는 서울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을 생중계했는데, 객석 점유율 99%를 달성했다. 또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2023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극장 10개 지점에서 상영하며 화제를 모았다.

롯데시네마 역시 지난해 '롯시플'을 론칭하면서 극장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롯시플은 극장에서 영화 외에 '더 다양한'(Lot) 콘텐츠를 '새로운 시선'(See)으로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일환으로 9월 스포츠채널 SPOTV와 손잡고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경기를 20곳의 극장에서 동시 상영하며 주목을 끌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새로운 트렌드 형성, 소통으로 이어지는 특색 있는 콘텐츠를 통해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발굴하는 것이 롯시플의 목표"라며 "스포츠와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팬덤들이 긍정적으로 극장에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변화하는 영화관…'극장에서의 체험', '새로운 팬덤 형성'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처럼 영화관이 다변화하는 요인으로 '극장에서의 체험'과 '새로운 팬덤 형성', '가격 경쟁력' 등을 꼽았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극장에서의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넷플릭스 등 OTT로는 3시간이 넘는 영화를 한 호흡으로 보기란 불가능하다"며 "끊어서 보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된다. 극장만이 주는 경험은 여러 사람과 긴 시간을 견디며 한 호흡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경험이 영화를 넘어 음악, 게임, 스포츠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특히 이런 장르들은 함께 응원하면서 즐길 때 그 기쁨이 커지는데, 영화관이 그런 기쁨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문화평론가는 "임영웅, 송가인 등의 등장으로 일부 세대가 전유했던 팬덤 문화가 전 세대로 이동했다"며 "중·노년층 팬덤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비롯해 티켓팅에 참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SNS에선 본인 티켓팅은 실패해도 임영웅 티켓팅 실패는 불효라는 신개념 효도밈이 유행하고 있다"며 "요즘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덕질을 말리는 상황이 아니라 자녀들이 부모님의 덕질 지원을 해주거나 덕질하는 법을 알려주는 역전의 상황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비교적 티켓팅 실패가 덜하고, 가격이 저렴하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한 공연 실황 영화 관람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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