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재정비한 재계… 숨 고르며, 기회 엿본다

입력 2023-12-12 13:09 수정 2023-12-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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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전면 등장
안으론 내실 다지고, 밖에선 미래 준비 강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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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재계가 숨을 고르면서, 신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미중 무역 전쟁 확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이어가며 미래 사업 기회를 엿본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너가 기업인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책임경영과 신사업 발굴의 선봉장에 선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 경영전략 마련을 위해 그룹 수뇌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에 앞서 연말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와 오너 리더십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업들이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신사업 발굴이다. 삼성전자가 신사업 구상을 위해 만든 미래사업기획단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신설한 비즈니스 개발 그룹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 개발 그룹은 완제품 사업 내에 새로운 제품군 개발에 중점을 둔다. 미래사업기획단의 경우, 당장 먹을거리를 마련한다기보다, 앞으로 5~10년 후를 내다본 미래 준비가 핵심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0년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지시로 바이오와 자동차용 전지 등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키웠던 것처럼 새로운 사업이 얼마나 빨리 발굴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신사업 발굴과 함께 임원 비율 축소 등 강도 높은 경비 감축에도 나서고 있다. 중복 투자 방지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도 적극적이다. SK그룹은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을 모두 SK㈜로 이관했다. 계열사 간 중복 투자 등으로 투자 실적이 악화하고, 업황 악화로 자금난까지 심각해지자 ‘신중한 투자’로 경영 기조를 전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너일가도 기업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거나 악화할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그룹 2인자'로 불리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임기 2년의 수펙스 의장을 맡아 최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끈다.

특히 오너 일가는 신사업 부문을 주로 맡았다. 장기적인 기업 생존을 위한 책임경영에 나서달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은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친 최 본부장은 신약 연구·개발과 승인 등 바이오 사업 핵심을 책임지게 됐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 내 신설되는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그룹 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달 승진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ㆍ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국내 기업 가운데 세 번째이자, 비(非)가전 기업 최초의 기조연설이다. CES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신사업의 밑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장남인 구동휘 부사장은 LS일렉트릭 대표에서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동했다. LS MnM은 LS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하는 핵심 회사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에는 오너일가가 전면에 나서 신속하게 위기를 돌파하는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특히 지금은 승계의 차원을 넘어 창업한다는 생각으로 신사업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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